
솔직히 저는 베테랑2를 보기 전까지, 이 영화가 1편의 연장선이라고 너무 쉽게 단정했습니다. 9년이라는 시간, 같은 감독, 같은 주연. 그냥 더 세고 더 화끈한 버전이겠거니 했죠. 막상 극장에서 나오면서 든 감정은 그것과는 꽤 달랐습니다. 기대와 실제 사이의 간극을 이렇게 복합적으로 느낀 영화가 오랜만이었습니다.
영화 베테랑2: 액션의 밀도는 여전하지만, 설계가 달라졌다
베테랑2의 액션 시퀀스는 분명 볼 만합니다. 남산 추격전, 터널 안 격투, 빗속 옥상 장면까지 류승완 감독 특유의 공간 활용 능력이 고스란히 살아 있습니다. 제가 직접 극장에서 봤을 때, 터널 시퀀스에서는 저도 모르게 앞으로 몸이 쏠렸습니다. 그 정도로 압박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번 작품의 편집 방식입니다. 컨티뉴이티 편집(continuity editing)이란 장면과 장면 사이의 시간·공간적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붙여 관객이 액션을 직관적으로 따라가게 만드는 기법입니다. 1편이 이 방식을 충실히 따라 타격감을 극대화했다면, 2편은 스플릿 디옵터(split diopter) 렌즈 활용을 눈에 띄게 늘렸습니다. 스플릿 디옵터란 화면의 전경과 후경을 동시에 선명하게 잡기 위해 렌즈 절반에만 근접 초점을 맞추는 촬영 기법으로,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즐겨 쓴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기법 덕분에 화면에 회화적인 긴장감이 생기는 건 사실이지만, 일부 장면에서는 오히려 동선이 한눈에 읽히지 않아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제 경험상 화면이 어두운 공간에서 이 기법이 겹치면 관객 입장에서 상당히 피로해집니다.
정해인의 캐스팅은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기존의 선한 이미지를 역이용한 빌런 구축 방식은 서스펜스의 기반이 될 수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초반부터 캐릭터의 정체가 간접적으로 노출됩니다. 미스터리 서사에서 핵심은 관객이 '모르는 상태를 즐기는 시간'인데, 이 영화는 그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사적 제재 테마, 야심은 있었지만 끝까지 밀지 못했다
이 영화의 진짜 주제는 액션이 아닙니다. 비질란테(vigilante), 즉 법의 바깥에서 스스로 정의를 집행하는 자경단 행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여기서 비질란테란 공권력이 해결하지 못한 범죄에 대해 개인이 직접 응징에 나서는 행위를 뜻하며, 최근 몇 년간 한국 콘텐츠에서 반복적으로 다뤄지는 소재입니다.
영화는 이 주제를 꽤 다층적으로 접근하려 합니다. 살인죄의 형량 문제, 범죄자를 보호해야 하는 경찰의 아이러니, 포퓰리즘적 여론의 위험성. 이 요소들이 얽히면서 서도철이라는 캐릭터는 윤리적 균열 앞에 서게 됩니다. "사람 죽이는 데 좋은 살인이 있고 나쁜 살인이 있어"라는 대사 하나가 이 영화 전체를 가장 선명하게 요약하는 순간이었는데, 제가 보기에 이 대사를 중심으로 훨씬 더 깊이 파고들 여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반을 넘기면서 서사는 결국 익숙한 추격·대결 구도로 수렴합니다. 학폭 당하는 아들, 여론전 서브플롯, 정의부장 캐릭터 등이 끼어들면서 주제의 날카로움이 분산됩니다. 저는 이 서브플롯들이 사회적 맥락을 풍성하게 만들기보다 오히려 서사의 집중력을 깎는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봅니다. 야심은 분명히 있는데, 그 야심이 한 편의 장르 영화 안에서 충분히 소화되지 못한 인상이었습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베테랑2는 개봉 후 누적 관객 수 700만 명을 넘기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관람객 평점은 전작 대비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건 단순히 '재미없다'가 아니라, 관객이 기대한 것과 영화가 주려 한 것 사이에 간격이 있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속편의 한계, 브랜드와 문제의식 사이
베테랑이라는 프랜차이즈(franchise)를 속편으로 확장할 때 감독이 풀어야 할 핵심 숙제가 있습니다. 프랜차이즈란 동일한 캐릭터나 세계관을 기반으로 연속적인 작품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흥행 안전망을 확보하는 동시에 전작의 기대치를 관리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습니다. 1편의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다시 한번 원하는 관객과, 새로운 방향으로 성장하고 싶은 감독의 욕망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제가 1편을 다시 꺼내보니 2편보다 실제로 더 간결하고 스타일리시했습니다. 그렇다고 2편이 퇴보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무거운 질문을 들고 나왔습니다. 다만 그 질문을 장르 문법 안에서 완벽하게 소화하는 데는 아직 한 걸음이 부족했습니다.
영화 전반에 걸쳐 음향 설계도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음악을 올렸다가 갑자기 뮤트(mute)하는 패턴, 즉 사운드를 순간적으로 제거해 긴장감을 역설적으로 강조하는 기법이 지나치게 반복됩니다. 제 경험상 이 기법은 처음 한두 번은 효과적이지만, 같은 패턴이 반복되면 관객이 예측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긴장이 풀립니다. 실제로 박선우가 부상을 입고 음악이 빠지는 구간이 영화 전체에서 가장 집중도가 높았던 것도, 역설적으로 그 앞에서 음악이 너무 많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영화음향학적 관점에서 보면, 다이어제틱 사운드(diegetic sound)와 비다이어제틱 사운드(non-diegetic sound)의 균형이 좀 더 정교하게 설계되었더라면 감정의 밀도가 달라졌을 겁니다. 다이어제틱 사운드란 극 중 공간 안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소리, 즉 발걸음이나 빗소리 같은 현장음을 뜻합니다.
결국 베테랑2는 실패한 속편이 아니라 과도기적 속편입니다. 1편의 쾌감을 기대했다면 분명 아쉬울 수 있고, 사회파 스릴러를 기대했다면 다소 얕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를 극장을 나오면서 저는 납득했습니다. 다음 편이 나온다면, 이번에 던진 질문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 끝까지 밀어붙이는 작품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 가능성만큼은 이 영화에서 충분히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