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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테랑 2> 후기 (액션, 야심, 한계)

flowerpiggy 2026. 5. 30. 08:28

목차


     

    솔직히 저는 베테랑2를 보기 전까지, 이 영화가 1편의 연장선이라고 너무 쉽게 단정했습니다. 9년이라는 시간, 같은 감독, 같은 주연. 그 사실만으로도 머릿속에는 이미 익숙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더 강력한 악당이 등장하고, 더 화끈한 액션이 이어지며, 마지막에는 통쾌한 한 방이 터지는 영화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극장에 들어가기 전까지도 저는 그런 기대를 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저는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분명 재미없는 영화는 아니었고, 오히려 상당히 몰입해서 봤는데도 마음 한구석에는 쉽게 설명되지 않는 복합적인 감정이 남아 있었습니다. 기대했던 것과 실제로 본 것이 미묘하게 달랐기 때문입니다. 영화가 던지려는 질문은 분명 이전보다 무거워졌는데,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은 생각보다 익숙한 장르적 틀 안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극장을 나오면서 "좋았는데 아쉽다"라는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영화 베테랑 2: 액션의 밀도는 여전하지만, 설계가 달라졌다

     

    베테랑2의 액션 시퀀스는 분명 인상적입니다. 남산 추격전, 터널 안 격투 장면, 빗속 옥상 대결까지 류승완 감독 특유의 에너지와 공간 활용 능력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특히 액션이 단순히 몸싸움으로 끝나지 않고 공간 자체를 하나의 무대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제가 극장에서 관람했을 때 가장 강렬했던 장면은 터널 시퀀스였습니다. 어두운 공간 안에서 인물들이 서로를 쫓고 부딪히는 과정이 단순한 추격이 아니라 압박감 그 자체로 다가왔습니다.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몸이 앞으로 기울어져 있었고, 양손에 힘이 들어간 채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액션 영화에서 관객이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인다는 것은 그만큼 화면이 가진 긴장감이 강하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을 보면서 흥미롭게 느낀 부분은 액션 그 자체보다 액션을 보여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컨티뉴이티 편집(continuity editing)이란 장면과 장면 사이의 시간·공간적 흐름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관객이 상황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편집 기법입니다. 1편은 이 방식을 충실하게 활용해 타격감과 속도감을 극대화했습니다. 반면 2편은 보다 시각적인 실험을 시도합니다. 특히 스플릿 디옵터(split diopter) 렌즈 활용이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스플릿 디옵터란 화면의 전경과 후경을 동시에 선명하게 담기 위해 렌즈 일부에만 별도의 초점을 적용하는 촬영 기법으로,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작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방식입니다.

     

    이 기법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긴장감은 분명 매력적입니다. 한 화면 안에서 서로 다른 공간의 인물들을 동시에 인식하게 만들면서 심리적 압박을 강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몇몇 장면에서 오히려 혼란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조명이 어둡고 인물 이동이 많은 장면에서는 누가 어디에 있는지 한 번에 파악되지 않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극장에서 보는 동안 저 역시 몇 차례 시선을 옮겨가며 상황을 다시 정리해야 했는데, 그 과정이 액션의 몰입감을 조금 떨어뜨렸습니다. 회화적인 아름다움은 분명 있었지만, 액션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동선의 명확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해인의 캐스팅 역시 매우 흥미로운 선택이었습니다. 기존 작품들에서 보여준 선하고 부드러운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이기에 관객은 자연스럽게 경계심을 낮추게 됩니다. 바로 그 지점을 활용해 빌런을 구축하려는 의도는 충분히 효과적이었습니다. 문제는 영화가 그 비밀을 너무 오래 숨기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미스터리 서사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은 관객이 의심하고 추측하며 상상하는 시간인데, 베테랑2는 그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혹시?"라는 긴장감보다 "역시"라는 확인의 감정이 더 크게 작용했고, 그 결과 캐릭터가 가진 잠재적인 서스펜스가 기대만큼 폭발하지 못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적 제재 테마, 야심은 있었지만 끝까지 밀지 못했다

     

    사실 이 영화의 핵심은 액션이 아닙니다. 베테랑2가 진짜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비질란테(vigilante), 즉 법의 바깥에서 개인이 직접 정의를 집행하는 행위에 대한 질문입니다. 최근 한국 콘텐츠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범죄자를 응징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공권력의 한계, 대중의 분노, 형벌의 적절성, 그리고 정의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폭력까지 여러 층위의 문제를 함께 건드리려 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범죄자를 보호해야 하는 경찰의 아이러니, 살인죄 형량에 대한 대중의 불만, 그리고 여론이 만들어내는 집단적 정의감이 서로 충돌하는 과정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서도철이라는 인물이 단순한 정의의 화신이 아니라 윤리적 딜레마 앞에서 흔들리는 인간으로 묘사된 점은 전작보다 훨씬 흥미로웠습니다. "사람 죽이는 데 좋은 살인이 있고 나쁜 살인이 있어"라는 대사가 등장했을 때 저는 순간적으로 영화관 안 공기가 달라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짧은 문장 하나가 영화 전체의 질문을 압축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욱 아쉬웠습니다. 영화는 분명 중요한 질문을 던졌지만, 그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이지는 못합니다. 중반 이후부터 서사는 점차 익숙한 추격과 대결 구조로 이동하고, 다양한 서브플롯들이 등장하면서 주제의 집중력이 흐려집니다. 학폭을 당하는 아들 이야기, 여론전, 정의부장 캐릭터 등은 각각 의미 있는 요소들이지만 하나의 영화 안에서 유기적으로 결합되기보다는 별개의 문제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이 이야기를 조금만 더 단순하게 정리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습니다. 야심은 충분했지만 그 야심을 모두 담아내기에는 러닝타임과 장르적 틀이 다소 버거워 보였습니다.

     

    흥행 성적만 놓고 보면 영화는 분명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전작에 비해 관객 평가가 다소 엇갈렸던 이유도 이해가 갔습니다. 많은 관객은 베테랑이라는 이름에서 통쾌함을 기대했을 것이고, 영화는 예상보다 무거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반대로 사회적 메시지를 기대했던 관객에게는 결론이 다소 안전하게 느껴질 수 있었습니다. 결국 이 작품은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기대와 방향성 사이의 거리 때문에 호불호가 갈린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속편의 한계, 브랜드와 문제의식 사이

     

    베테랑이라는 프랜차이즈(franchise)를 이어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프랜차이즈란 동일한 캐릭터와 세계관을 기반으로 여러 작품을 확장하는 방식인데, 속편은 늘 두 가지 요구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합니다. 관객은 익숙한 재미를 원하고, 창작자는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합니다. 베테랑2 역시 바로 그 충돌의 한가운데에 서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집에 돌아와 1편의 몇 장면을 다시 찾아봤습니다. 새삼스럽게 느껴진 것은 1편이 생각보다 훨씬 단순하고 명확한 영화였다는 점입니다. 악당은 분명했고, 주인공의 목표도 명확했으며, 영화는 그 에너지를 끝까지 유지했습니다. 반면 2편은 더 복잡하고 더 무거운 질문을 던집니다. 그것은 분명한 도전이었고 저는 그 시도 자체를 높게 평가합니다. 다만 그 질문이 장르적 재미와 완벽하게 결합되지는 못했습니다.

     

    영화 전반에 걸친 음향 설계도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음악을 크게 사용하다가 갑자기 뮤트(mute)하는 방식이 반복되는데, 처음에는 효과적이지만 반복될수록 예측 가능해집니다. 실제로 관람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이제 음악이 끊기겠구나"를 예상하게 됐고, 그 순간 긴장감도 함께 줄어드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히려 박선우가 부상을 입고 음악이 사라지는 장면이 강렬했던 이유는 그 이전까지 음악이 너무 적극적으로 사용됐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영화음향학적으로 보면 다이어제틱 사운드(diegetic sound)와 비다이어제틱 사운드(non-diegetic sound)의 비율이 조금만 더 정교하게 조절됐더라면 감정의 밀도가 훨씬 깊어졌을 것 같습니다. 빗소리나 숨소리, 발걸음 같은 현장음이 만들어내는 현실감은 때때로 거대한 음악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베테랑2는 실패한 속편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완벽한 속편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오히려 저는 이 작품을 과도기적 속편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전작의 통쾌함을 그대로 반복하는 대신 새로운 문제의식을 품으려 했고, 그 과정에서 성공과 아쉬움을 동시에 남겼습니다. 극장을 나서며 느꼈던 복합적인 감정도 아마 그 때문일 것입니다. 어떤 순간에는 전작보다 더 깊어졌다고 느꼈고, 또 어떤 순간에는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한 채 멈춘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영화가 보여준 가능성을 높게 평가합니다. 만약 다음 편이 나온다면, 이번 작품이 던진 질문들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끝까지 밀어붙이는 영화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적어도 베테랑2는 그 가능성이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만큼은 충분히 증명해낸 작품이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0DavHv1Vr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