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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아나 2> - 혼자서 가장 멀리 가는 것보다, 함께 더 멀리 가는 법

mynote45009 2026. 9. 4. 22:28

목차


     

    바다는 혼자 건너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배를 타고 수평선을 바라보면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앞에는 물뿐이고, 뒤에는 지나온 물결만 남는다. 방향을 정하는 사람도, 노를 젓는 사람도 결국 배 안에 있는 누군가의 몫이다.

     

    그래서 모아나가 다시 바다로 나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조금 궁금했다.

     

    1편에서 이미 자신의 길을 찾은 아이였다.

     

    테 피티의 심장을 돌려놓았고, 부족이 오랫동안 품고 있던 바다에 대한 두려움도 넘어섰다. 자신들의 뿌리가 항해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렇게 큰 모험을 끝낸 모아나에게는 또 어떤 이야기가 남아 있을까.

     

    <모아나 2>의 출발점은 의외로 단순하다.

     

    모아나는 선조들의 부름을 받고 다시 먼 바다로 향한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다. 마우이와 새로운 선원들을 만나고, 오랫동안 단절된 사람들을 다시 연결할 수 있는 길을 찾아 항해를 시작한다. 디즈니의 공식 소개에서도 이번 이야기는 모아나가 선조들의 부름을 받고 오세아니아의 먼 바다와 잊힌 물길로 향하는 새로운 여정으로 설명된다.

     

    1편의 모아나가 자신의 길을 찾는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그 길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걸어갈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한 가지 질문이 남았다.

     

    혼자서 잘하는 것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아가는 것 중, 진짜 성장은 무엇일까.

     

    가장 잘하는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하면 배는 어디로 갈까

     

    영화 초반의 모아나는 여전히 멋지다.

     

    바다를 바라보는 표정에는 망설임이 거의 없다. 항해에 대한 자신감도 있고, 부족을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다.

     

    문제는 너무 잘한다는 데 있다.

     

    모아나는 위기가 닥치면 먼저 움직인다.

     

    판단도 빠르다.

     

    책임감도 강하다.

     

    누군가 길을 찾아야 한다면 자신이 나서는 데 익숙하다.

     

    이런 사람은 혼자 있을 때 굉장히 강하다.

     

    그런데 배에는 모아나만 타고 있지 않다.

     

    새로운 선원들이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진다. 배를 만드는 기술자 로토, 농부 켈레, 마우이를 동경하는 전사 모니가 모아나와 함께 항해에 나선다. 각각의 능력과 성격이 다른 만큼, 모아나 혼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서로 나눠 맡게 된다.

     

    처음에는 조금 산만하게 느껴졌다.

     

    캐릭터가 하나씩 소개될 때마다 이야기가 잠시 멈추는 듯했고, 이 사람들이 모아나의 여정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지 바로 와닿지는 않았다.

     

    그런데 배라는 공간을 생각해보면 이 구성이 조금 이해된다.

     

    모아나 혼자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배를 고쳐야 하고, 누군가는 식량을 챙겨야 한다.

     

    누군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누군가는 위험한 순간에 싸울 준비를 해야 한다.

     

    각자 잘하는 일이 다르다.

     

    그리고 그 차이가 모여야 배가 앞으로 나아간다.

     

    영화를 보면서 이 장면들이 현실의 팀을 떠올리게 했다.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비슷하다. 일을 빨리 처리하는 사람이 모든 일을 가져가 버리면 당장은 편하다. 일정도 맞추기 쉽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다른 사람들은 그 일에서 빠져 있다.

     

    잘해서 맡은 일이 오히려 혼자 일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모아나에게 필요한 변화도 여기에서 시작된다.

     

    1편에서는 자신이 믿는 방향으로 나아갈 용기가 필요했다.

     

    이번에는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사실 이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일을 오래 하다 보면 내가 직접 하는 게 가장 빠르다고 느낄 때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설명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차라리 내가 해버리는 편이 편하다.

     

    하지만 함께 간다는 건 속도를 맞추는 일이다.

     

    내가 먼저 알고 있다고 해서 항상 먼저 가는 것이 좋은 건 아니다.

     

    모아나의 여정에 동생 시메아가 존재한다는 점도 이 변화를 더 선명하게 만든다.

     

    모아나는 이제 혼자 모험을 떠나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을 바라보는 어린 동생이 있고, 돌아가야 할 가족이 있다.

     

    시메아는 모아나를 동경하면서 그녀의 부재를 크게 느끼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래서 모아나의 항해에는 예전과 다른 무게가 생긴다.

     

    혼자 용감해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나를 믿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선택해야 한다.

     

    그게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혼자서 모든 일을 해결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다음 단계는 더 강해지는 것이 아닐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자기 몫을 할 수 있도록 기다리는 것.

     

    그리고 내가 모르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배울 수 있는 것.

     

    이번 모아나의 항해는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더 넓어진 바다만큼 이야기도 커졌지만

     

    <모아나 2>의 바다는 확실히 넓어졌다.

     

    이번 모험은 모아나와 마우이의 재회에서 시작해 오세아니아의 먼 바다와 오래된 물길로 이어진다. 모아나는 선조들의 부름을 받고 오랫동안 단절된 사람들을 다시 연결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선다.

     

    화면은 풍성하다.

     

    파도가 배를 집어삼킬 듯 솟아오르는 장면이나 바다 위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사건들은 큰 화면에서 볼 때 확실히 재미가 있다.

     

    새로운 생명체와 공간이 등장할 때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유의 볼거리도 충분하다.

     

    개인적으로 극장에서 가장 반가웠던 건 바다의 색감이었다.

     

    파란색 하나로 끝나는 바다가 아니었다. 햇빛이 비치는 순간과 폭풍이 몰려오는 순간의 색이 확 달라지고, 화면이 넓어질수록 작은 배 한 척이 얼마나 위태롭게 떠 있는지가 눈에 들어왔다.

     

    특히 파도가 크게 일어나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몸을 조금 뒤로 뺐다가 다시 화면 쪽으로 시선을 가져갔다. 애니메이션인데도 배가 파도에 밀려가는 순간에는 실제로 배에 타고 있는 듯한 긴장감이 잠깐 생겼다.

     

    이런 장면만 놓고 보면 극장에서 볼 이유는 충분하다.

     

    문제는 이야기가 커진 만큼 감정까지 깊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 부분은 영화를 보고 나서 꽤 아쉬웠다.

     

    새로운 선원들은 각각 재미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모아나와 관계가 깊어지는 과정이 충분하지 않다.

     

    캐릭터를 소개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데는 시간이 쓰이는데, 서로가 왜 중요한 사람이 되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은 상대적으로 적다.

     

    실제로 여러 평론에서도 새로운 선원들이 흥미로운 개성을 갖고 있지만 충분히 발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래서 후반부에 모두가 힘을 합치는 순간에도 머리로는 의미를 알겠는데 마음에서는 조금 덜 크게 느껴진다.

     

    이런 느낌은 영화의 제작 배경을 알고 보면 어느 정도 이해된다.

     

    <모아나 2>는 원래 Disney+용 시리즈로 개발됐다가 극장용 장편 영화로 전환됐다. 이 때문에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여러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듯한 구조와 사건 중심의 전개가 남아 있다는 평가가 반복해서 나왔다.

     

    나 역시 영화를 보면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한 사건이 끝나면 새로운 모험이 시작된다.

     

    볼거리는 계속 나온다.

     

    그런데 인물의 감정이 그만큼 오래 머무르지는 않는다.

     

    1편과 비교하면 이 차이가 더 선명하다.

     

    1편의 이야기는 모아나 한 사람에게 집중됐다.

     

    바다로 나가야 하는 이유와 부족을 떠나는 두려움, 자신의 뿌리를 발견하는 과정이 비교적 한 방향으로 흘렀다.

     

    반면 2편에서는 세계가 커졌다.

     

    새로운 선원도 생겼고, 새로운 신화와 위협도 등장했다.

     

    그만큼 모아나 한 사람의 마음을 깊게 들여다볼 공간은 줄어들었다.

     

    음악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1편에서 음악이 워낙 강렬했던 탓인지 2편의 노래를 들을 때는 조금 다른 기준으로 듣게 됐다.

     

    이번 작품에는 Abigail Barlow와 Emily Bear가 주요 작곡가로 참여했고, Opetaia Foa'i와 Mark Mancina도 함께했다. 1편의 음악을 맡았던 Lin-Manuel Miranda가 돌아오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변화다.

     

    노래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Beyond’처럼 모아나의 새로운 위치를 보여주는 곡도 있고, 전체적인 음악적 완성도도 부족하지 않다.

     

    다만 1편을 너무 강하게 기억하고 있는 탓인지, 이번에는 음악 한 곡이 영화 전체의 감정을 대표한다는 느낌이 상대적으로 약했다.

     

    실제로 일부 평론에서도 1편의 ‘How Far I'll Go’나 ‘You're Welcome’처럼 오래 남는 곡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반면 다른 평론에서는 새로운 음악 역시 충분히 즐길 만하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이 차이를 인정하고 보면 영화의 장단점이 조금 더 분명해진다.

     

    <모아나 2>는 볼거리를 크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인물의 감정을 그만큼 깊게 만드는 데서는 조금 아쉽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면 ‘더 커졌다’는 인상은 분명한데, ‘더 깊어졌다’는 느낌은 조금 덜하다.

     

    이게 내가 느낀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모아나가 배운 것은 더 멀리 가는 법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영화가 끝난 뒤 가장 오래 생각난 건 이야기의 약점보다 모아나의 위치가 달라졌다는 사실이었다.

     

    1편의 모아나는 바다로 나가야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했고,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도 알아야 했다.

     

    그래서 혼자 두려움을 넘어서는 장면들이 중요했다.

     

    2편에서는 이미 그 과정을 지나왔다.

     

    이제 모아나는 자신이 누구인지 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문제가 생긴다.

     

    혼자 잘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도 잘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생각보다 현실적이다.

     

    회사에서도 그렇고, 가족에서도 그렇다.

     

    어떤 일을 가장 잘하는 사람이 반드시 가장 좋은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사람에게는 의외로 한 가지 어려움이 생긴다.

     

    다른 사람이 성장할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는 것.

     

    내가 대신 해주는 것이 당장은 빠르지만, 그 사람이 스스로 해볼 기회는 사라진다.

     

    모아나 역시 그런 선택의 기로에 선다.

     

    자신이 앞장서면 편하다.

     

    하지만 함께 항해하려면 기다려야 한다.

     

    다른 사람의 판단을 믿어야 하고, 때로는 자신의 생각과 다른 방향도 받아들여야 한다.

     

    이때 모아나의 변화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내는 능력’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가진 능력을 다른 사람들과 연결하는 쪽에 가깝다.

     

    이 차이가 중요하다.

     

    좋은 리더는 가장 많이 일하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모든 답을 알고 있는 사람도 아닐 수 있다.

     

    자신이 없는 순간에도 배가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드는 사람일 수 있다.

     

    모아나에게도 그런 변화가 필요하다.

     

    영화를 보면서 한 가지 장면이 유난히 오래 남았다.

     

    거대한 바다와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장면들이 계속 이어졌는데, 이상하게도 가장 마음에 남은 것은 모아나가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잘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배에 필요한 일을 해내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 오히려 모아나의 성장이 더 잘 보였다. 내가 혼자 해결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 자기 역할을 해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영화가 이 주제를 끝까지 깊게 밀어붙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야기가 여러 방향으로 뻗어가고, 새로운 캐릭터들이 충분히 깊어지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

     

    실제로 로저 에버트의 평론은 영화가 아름답게 만들어졌지만 이야기의 깊이가 얇고, 1편의 매력을 충분히 확장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모아나의 주체성과 새로운 모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1편을 넘어서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평가가 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이 영화가 엄청나게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아나라는 캐릭터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에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에는 한 가지 질문이 계속 남았다.

     

    우리는 혼자서 가장 멀리 가는 사람을 성장했다고 부를까.

     

    아니면 내 속도를 조금 늦추고, 다른 사람의 속도를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을 더 성장한 사람이라고 불러야 할까.

     

    모아나는 여전히 바다를 좋아한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좋아한다.

     

    위기가 닥치면 누구보다 먼저 움직인다.

     

    그 성격이 바뀐 것은 아니다.

     

    달라진 것은 이제 자신의 배에 다른 사람들이 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사람들의 능력을 믿어야 하고, 자신의 판단만으로 항해하지 않아야 한다.

     

    바다는 여전히 넓다.

     

    혼자라면 더 빠르게 건널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혼자서는 발견하지 못하는 것도 있다.

     

    내가 보지 못한 것을 누군가가 먼저 발견할 수 있고, 내가 지친 순간에는 다른 사람이 노를 잡을 수도 있다.

     

    함께 가기 때문에 생기는 길도 있다.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올 때는 처음과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모아나에게 필요한 것은 더 멀리 가는 능력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이미 충분히 멀리 갈 수 있는 사람이니까.

     

    이제 필요한 것은 누군가와 함께 그곳까지 가는 법이다.

     

    혼자라면 가장 빨리 갈 수 있다.

     

    하지만 함께라면 내가 혼자서는 갈 수 없었던 곳까지 갈 수 있다.

     

    어쩌면 성장이라는 것도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앞으로 더 빨리 나아가는 것만이 아니라, 옆에 있는 사람의 속도를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

     

    그리고 내가 잘하는 것을 증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다른 사람도 자기 몫을 해낼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주는 것.

     

    <모아나 2>가 다시 바다로 나간 이유도 결국 그곳에 있었던 것 같다.

     

    혼자서 가장 멀리 가는 것보다, 함께 더 멀리 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바다는 여전히 넓다.

     

    이번에는 그 바다 위에 모아나 혼자 있지 않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i7zs3sD9n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