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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디세이> 리뷰 (귀향, 캐스팅, IMAX)

flowerpiggy 2026. 7. 21. 23:13

목차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이 영화를 보러 가기 전까지 "놀란이니까 무조건 10점"이라는 기대를 반쯤 품고 있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이름은 이제 하나의 장르처럼 느껴질 정도니까요.

     

    신작이 나온다는 소식만으로도 몇 달 전부터 기다렸고, 예고편을 반복해서 보며 머릿속으로 이미 걸작을 완성해 놓고 있었습니다. 극장 불이 꺼지고 첫 장면이 시작될 때만 해도 '이번에도 역사에 남을 작품을 보겠구나'라는 확신에 가까운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관을 나오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의외로 담담했습니다. "이건 7점짜리 놀란이다." 실망했다고 말하기에는 분명 좋았고, 극찬하기에는 어딘가 아쉬웠습니다. 칭찬과 비판 사이를 계속 오가는 묘한 감정이 남았습니다.

     

    오히려 그 애매함 때문에 영화가 더 오래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왜 최고의 감독이 만든 작품인데도 이런 감정을 느꼈을까. 그 이유를 하나씩 정리해 보고 싶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영화 오디세이: 귀향 서사의 구조

     

    크리스토퍼 놀란은 원래부터 비선형 서사(non-linear narrative)를 누구보다 능숙하게 다루는 감독입니다. 비선형 서사란 시간 순서대로 사건을 나열하지 않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교차시키거나 여러 시점을 병렬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인셉션에서는 꿈의 층위가 겹쳐졌고, 인터스텔라에서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뒤틀렸으며, 테넷에서는 시간 자체를 거꾸로 흐르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감독이 수천 년 동안 전해 내려온 『오디세이아』를 선택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다가왔습니다. 원작 역시 현재와 회상, 그리고 여러 인물의 시점이 뒤섞이며 하나의 귀향담을 완성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영화는 세 개의 흐름을 동시에 따라갑니다. 표류 끝에 구조된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지난 여정을 회상하는 이야기, 아버지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아들 텔레마코스가 그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 그리고 수많은 구혼자들 속에서도 홀로 왕국을 지켜내는 페넬로페의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있는 듯 보이던 이 세 갈래의 이야기가 후반부에 이르러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하는 순간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퍼즐 조각이 마지막 한 조각까지 맞춰질 때의 시원함처럼, '아, 그래서 이렇게 배치했구나'라는 만족감이 자연스럽게 밀려왔습니다. 역시 이런 구조적 쾌감만큼은 놀란이 가장 잘하는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초반 40분은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편집 속도(cutting pace)가 지나치게 빠르기 때문입니다. 커팅 페이스란 하나의 컷이 유지되는 평균 시간을 의미하는데, 컷의 길이가 짧을수록 장면 전환은 빨라지고 관객이 화면을 음미할 시간은 줄어듭니다.

     

    평소 놀란은 롱테이크(long take)를 적절히 활용하며 공간의 분위기를 차분하게 쌓아 올리는 감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의 초반은 마치 예고편 여러 편을 이어 붙인 것처럼 쉼 없이 장면이 바뀌었습니다.

     

    저 역시 한 장면을 이해하기도 전에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느낌을 여러 번 받았고, 감정을 따라갈 여유가 부족했습니다. 특히 고전 신화를 기대하고 온 관객이라면 조금 더 묵직한 호흡을 원했을 텐데, 이 부분은 호불호가 분명히 갈릴 것 같습니다.

     

    캐스팅의 명암: 누가 살리고 누가 깼나

     

    이번 영화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는 단연 앤 해서웨이였습니다. 페넬로페라는 인물은 격렬하게 감정을 폭발시키는 캐릭터가 아닙니다. 오히려 오랜 세월을 견디며 침묵 속에서 버텨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더욱 어려운 역할인데, 해서웨이는 얼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과 눈빛만으로 기다림의 무게를 표현해 냈습니다. 남편을 기다린 20년이라는 시간이 단순히 대사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표정 하나에 녹아 있는 듯했습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정말 좋은 배우는 큰 연기를 하지 않아도 사람을 울릴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드러난 주름마저 캐릭터의 삶처럼 느껴졌고, 오히려 그 진정성이 영화의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맷 데이먼의 오디세우스는 처음에는 다소 의아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영웅이라고 하면 브래드 피트나 크리스천 베일처럼 강렬한 카리스마를 먼저 떠올리게 되니까요. 그러나 영화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놀란이 그리고 싶었던 오디세우스는 신화 속 전설적인 영웅이라기보다, 전쟁과 긴 방황 끝에 지쳐버린 한 인간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버티는 가장의 모습이 훨씬 중요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맷 데이먼 특유의 친숙하고 인간적인 분위기는 오히려 이 캐릭터와 잘 어울렸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졌던 이미지가 시간이 지날수록 설득력을 얻는 경험은 꽤 흥미로웠습니다.

     

    반대로 가장 아쉬웠던 배우는 톰 홀랜드였습니다. 텔레마코스는 아버지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채 성장한 청년으로, 영화 전체의 감정선을 책임지는 중요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목소리의 톤과 연기 스타일이 현대적인 느낌을 지우지 못했습니다.

     

    배우가 등장할 때마다 순간적으로 현실로 돌아오는 느낌이 들었고, 영화가 어렵게 만들어 놓은 시대적 분위기가 조금씩 깨졌습니다. 미장센(mise-en-scène)이 흔들린다는 표현이 딱 맞았습니다. 화면 속 의상과 조명, 세트는 모두 고대 그리스를 향하고 있는데 배우 한 사람만 현재에서 온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젠데이아가 연기한 아테나 역시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 놀란은 신을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라 인간 곁에서 길을 안내하는 존재처럼 해석했습니다. 그런 접근은 흥미로웠지만, 신이 등장할 때 느껴져야 할 압도적인 신비감과 경외감은 다소 부족했습니다.

     

    저는 배우의 문제라기보다 연출 방향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초월적인 분위기를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번 영화의 주요 캐스팅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앤 해서웨이 (페넬로페): 20년을 홀로 견뎌낸 왕비. 영화 전체를 떠받치는 최고의 연기.
    • 맷 데이먼 (오디세우스): 위대한 영웅보다 지친 가장에 가까운 인간적인 오디세우스.
    • 로버트 패틴슨 (안티노우스): 탐욕스럽고 비열한 권력욕을 설득력 있게 표현.
    • 톰 홀랜드 (텔레마코스): 감정선은 좋지만 시대극과의 이질감이 아쉬움.
    • 샤를리즈 테론 (칼립소): 등장만으로도 신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존재감.
    • 사마라 위빙 (키르케): 몽환적이면서도 공포영화 같은 긴장감을 자연스럽게 살림.

    IMAX와 로케이션: 이 영화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이 영화는 굳이 IMAX로 볼 필요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지만, 저는 그 주장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작품은 크리스토퍼 놀란이 최초로 전편을 IMAX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영화입니다.

     

    일반 35mm보다 훨씬 큰 70mm IMAX 필름이 담아내는 해상도와 입체감은 대형 스크린에서 비로소 진가를 발휘합니다. 시칠리아와 그리스, 터키의 거친 자연 풍경은 단순히 '예쁜 배경'이 아니라 영화의 또 다른 등장인물처럼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특히 제가 가장 오래 기억하는 장면은 바다였습니다. 거대한 파도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햇빛이 수면 위에서 부서지며, 바람이 만들어 내는 잔물결이 끝없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객석이 아니라 배 위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CG가 아무리 발전해도 실제 자연이 주는 밀도는 쉽게 따라오기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액션이 적더라도 IMAX의 가치가 충분히 살아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음향 설계 역시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세이렌 시퀀스에서 선원들이 밀랍으로 귀를 막는 장면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영화의 사운드 디자인(sound design)이 갑자기 물속에서 소리를 듣는 것처럼 먹먹하게 변하면서 관객도 자연스럽게 선원들의 감각을 함께 체험하게 됩니다.

     

    저도 그 순간 극장 안이 갑자기 조용해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덕분에 오디세우스 혼자 유혹과 맞서는 장면의 긴장감이 훨씬 크게 전달되었습니다. 시각적인 화려함보다 소리를 이용해 감정을 끌어올리는 방식은 역시 놀란다운 연출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이번 작품은 인셉션이나 인터스텔라처럼 영화사를 바꿀 걸작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거의 3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 동안 크게 지루하지 않았고, 세 갈래의 이야기가 하나로 모이는 구조적 재미도 충분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7.1점 정도를 주고 싶습니다. 오락영화로서는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놀란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먼저 추천할 작품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결국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무엇을 기대하고 극장에 들어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화려한 괴물과 대규모 전투가 펼쳐지는 신화 액션을 기대했다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뒤에도 끝나지 않는 상처, 영웅이라는 이름보다 남편과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다시 살아가야 하는 한 인간의 귀향을 담담하게 따라갈 준비가 되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저 역시 극장을 나설 때는 기대보다 아쉬움이 먼저 남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화려한 액션보다 페넬로페의 눈빛과 오디세우스의 지친 얼굴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아마 좋은 영화란 상영관을 나서는 순간보다, 며칠이 지난 뒤에도 계속 생각나는 영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이 놀란의 최고작은 아닐지라도, 인간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 것만큼은 분명했습니다. 논란이나 평점에 휩쓸리기보다 직접 극장에서 자신의 감정으로 이 영화를 만나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6uCagYGk6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