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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이 스토리 5》가 돌아왔습니다. 1995년 첫 작품이 세상에 나왔으니 정확히 30년 만입니다. 어린 시절 비디오테이프로 보던 장난감들이 어느새 다시 극장 스크린 위에 등장했고, 저 역시 아이였던 관객에서 어느덧 어른이 되어 이 영화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상영관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반가움과 설렘이 가장 클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나는 기분, 추억 속 캐릭터들을 다시 보는 즐거움 정도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극장 불이 켜졌을 때 제 마음에 남아 있던 감정은 예상과 달랐습니다. 단순한 향수나 즐거움보다 설명하기 어려운 먹먹함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토이 스토리 5》가 단순한 추억팔이에 머무르지 않고, 지금을 살아가는 부모와 아이, 그리고 한때 아이였던 어른들에게 조용하지만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세상은 너무 많이 변했고 놀이의 방식도 달라졌지만,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과 누군가에게 잊히고 싶지 않은 마음만큼은 3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영화는 천천히 들려줍니다.

     

    영화 토이 스토리 5: 장난감이 위기에 처한 이유, 릴리패드

     

    이번 작품의 갈등 구조는 예상보다 훨씬 현실적입니다. 본니의 부모가 선물한 태블릿 기기 '릴리패드'가 등장하면서 장난감들은 또 한 번 존재의 위기를 맞게 됩니다. 처음 설정만 들었을 때는 디지털 기기를 악당으로 삼은 이야기인가 싶었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생각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릴리패드를 단순한 악역으로 그리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릴리패드는 오늘날 아이들의 삶을 그대로 반영한 존재에 가까웠습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유튜브와 메신저 속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의 현실, 그리고 스크린 타임(Screen Time)이라는 시대적 화두를 상징하는 존재였던 것입니다. 실제로 아동의 과도한 디지털 기기 사용이 사회성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어린아이의 스크린 타임을 하루 1시간 이내로 권고할 정도로 이 문제는 국제적인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기술이 나쁘다"는 식의 단순한 결론을 내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본니가 릴리패드를 통해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환하게 웃는 장면은 제게 꽤 복잡한 감정을 안겨주었습니다. 혼자 장난감을 가지고 역할놀이를 하던 아이가 또래 친구들과 연결되고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문득 제 어린 시절도 떠올랐습니다. 친구들과 공터에서 뛰어놀던 기억, 레고와 장난감을 늘어놓고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들었던 시간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러나 지금 아이들에게는 또 다른 방식의 놀이가 존재합니다. 온라인에서 친구들과 대화하고 함께 게임을 하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갑니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패드가 나쁜가?"가 아니라 "기술과 관계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균형을 찾을 것인가?"에 가까웠습니다. 쉽게 정답을 내리지 않는 그 태도가 오히려 무척 솔직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릴리패드의 역할은 명확합니다.

     

    • 아날로그 장난감을 대체하는 디지털 기기의 상징
    • 본니를 또래와 연결시키는 매개체이자 장난감들의 위협
    • "기술이 나쁜가"가 아닌 "기술과 관계를 어떻게 균형 잡을 것인가"를 묻는 장치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영화가 어느 한쪽을 악으로 규정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시대는 변하고 놀이의 방식도 변하지만, 중요한 것은 장난감이냐 태블릿이냐가 아니라 그 안에서 아이가 어떤 관계를 배우고 어떤 추억을 만들어 가느냐라는 사실을 영화는 차분하게 이야기합니다.

     

    제시가 중심에 선 이유, 그리고 스마티 팬츠의 등장

     

    4편에서 우디가 사실상 작별을 고한 이후, 이번 작품은 제시가 리더 역할을 맡으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솔직히 낯설었습니다. 토이 스토리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우디와 버즈를 떠올리는 세대이기에, 제시가 중심에 선다는 설정이 어딘가 허전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그 생각은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오히려 지금의 시점에서 가장 적합한 주인공은 제시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시는 시리즈 내내 버려짐의 공포를 안고 살아온 캐릭터입니다. 특히 2편에서 보여준 제시의 과거는 아직도 많은 팬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드는 장면으로 남아 있습니다. 사랑받던 아이에게 잊히고 상자 안에 갇혀 긴 시간을 보내야 했던 기억은 깊은 상처가 되었고, 이번 작품에서 본니에게 점점 외면받는 현실 앞에서 불안해하는 모습은 단순한 장난감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이야기처럼 다가왔습니다. 관계 속에서 문득 찾아오는 불안, 혹시 내가 부족한 건 아닐까 하는 자책, 사랑받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본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했던 부분도 바로 그 지점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의외로 더 쉽게 상처받습니다. 누군가에게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존재가 되는 것 같은 느낌, 예전만큼 주목받지 못하는 현실, 관계 속에서 느끼는 작은 소외감들이 어느 순간 마음 깊숙이 파고들곤 합니다. 그래서 제시는 단순한 카우걸 인형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모습을 닮은 존재처럼 느껴졌습니다. 새롭게 등장한 스마티 팬츠와 GPS 하마 토이, 카메라 스냅 3인방도 유쾌한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특히 낡은 스마트 기기들이 와이파이 기능을 활용해 작전을 수행하는 장면들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꽤 영리한 설정으로 다가왔습니다.

    무엇보다 잊을 수 없는 순간은 버즈가 진짜 하늘을 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가 이내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1편에서 시드의 집 계단 난간에서 뛰어내렸다가 팔이 부러졌던 버즈를 기억하는 팬이라면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입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몰라 방황하던 장난감이었던 버즈가 이제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스스로를 받아들인 채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모습은 마치 30년의 시간이 치유해 준 상처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오래된 친구를 다시 만난 듯한 반가움과 함께, 함께 나이를 먹어 왔다는 사실이 새삼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또한 이번 작품은 기존의 '장난감 대 장난감'이라는 구도에서 벗어나 '토이 대 테크(Toy vs. Tech)'라는 새로운 갈등 구조를 중심에 놓습니다.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실제 아이들의 놀이 문화가 달라진 현실을 반영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설득력 있게 느껴졌습니다.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

     

    일부에서는 《토이 스토리 5》를 단순히 "스크린 타임을 줄여라"라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으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신규 캐릭터의 비중이 커지면서 기존 캐릭터들의 활약이 줄어든 점이나 액션의 강도가 다소 약하게 느껴졌던 부분은 분명 호불호가 갈릴 만합니다. 저 역시 시리즈 특유의 박진감과 모험을 기대했던 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작품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이유는 결국 영화가 던지는 질문 때문입니다. 패드로 놀든 장난감으로 놀든 중요한 것은 함께 웃고 서로를 이해하며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경험이라는 것, 그리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과 누군가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은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사라지지 않는 가치라는 사실을 영화는 조용히 들려줍니다.

    특히 가슴이 울컥했던 순간은 우디가 다시 등장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예전보다 살짝 벗겨진 뒷머리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모습은 처음에는 웃음을 자아냈지만, 곧 이상하게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습니다.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우디조차 시간의 흔적을 피해 갈 수 없다는 사실이 어쩐지 우리 자신의 모습과 너무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때 세상의 중심이었던 존재들도 언젠가는 나이를 먹고, 역할이 바뀌고, 새로운 세대에게 자리를 내어주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존재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랜 시간 함께해 온 기억과 추억은 여전히 우리 안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토이 스토리 5》는 거대한 모험보다 잔잔한 울림을 선택한 작품입니다. 어쩌면 어린아이들보다 부모가 된 관객들에게 더 깊게 다가오는 영화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극장을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오래된 사진첩을 꺼내 보고 싶어졌습니다. 어린 시절 갖고 놀던 장난감들이 떠올랐고, 지금은 연락이 뜸해진 친구들의 얼굴도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부모가 된 또래들이 아이의 손을 잡고 극장을 나서는 모습을 바라보며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습니다. 30년 전 우디와 버즈를 보며 웃고 울던 아이들이 이제는 자신의 아이와 함께 같은 시리즈를 보고 있다는 사실, 어쩌면 《토이 스토리 5》가 진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그런 시간의 흐름과 세대를 이어주는 사랑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영화를 보고 난 뒤 괜히 오래된 사진첩을 펼쳐보고 싶어졌다면, 혹은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면, 그것만으로도 《토이 스토리 5》는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다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1995년의 첫 번째 《토이 스토리》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이번 작품은 단순한 속편이 아니라 30년 동안 함께 나이를 먹어 온 친구들과 다시 한번 따뜻한 인사를 나누는 특별한 재회가 되어줄 것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hhl6TWNZ1d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