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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키드: 포 굿> 리뷰 (서사 구조, 캐릭터, 분할 전략)

by flowerpiggy 2026. 5. 25.

 

 

1년을 기다린 속편이 전편의 절반도 못 미친다는 건,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는 믿기 어려운 일입니다. 《Wicked: For Good》을 보고 나오면서 제가 느낀 건 딱 그 감각이었습니다. 전편이 남긴 벅찬 여운이 워낙 강렬했기에 기대가 컸고, 그만큼 아쉬움도 진했습니다.

영화 <위키드: 포 굿> 서사 구조가 흔들리면 감정도 흔들린다

영화는 시작부터 각 캐릭터의 불행을 병렬로 쌓아 올립니다. 엘파바는 구름에 글씨를 쓰며 오즈 민중의 각성을 촉구하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고, 글린다는 에메랄드 시티 마법사 정권의 얼굴마담으로 가짜 미소를 이어가고 있죠. 여기서 이 영화가 선택한 서사 방식은 내러티브 아크(Narrative Arc)라고 부르는 구조입니다. 내러티브 아크란 캐릭터가 특정 사건을 통해 점진적으로 변화해 가는 이야기의 흐름을 뜻하는데, 2편에서는 이것이 엘파바에게는 거의 그려지지 않습니다.

전편에서 엘파바의 분노에는 명확한 도화선이 있었습니다. 피부색 차별, 존경하던 딜러먼드 교수가 겪는 핍박, 그리고 글린다와의 우정 속에서 싹튼 자기 수용. 그 과정이 쌓였기에 'Defying Gravity'의 클라이맥스가 그토록 폭발적으로 느껴졌던 거죠. 제가 직접 겪어보니, 2편에서는 그런 감정적 축적이 거의 없다는 게 뼈아팠습니다. 엘파바는 영화 내내 이미 빡쳐 있고, 새로운 자극 없이 분노의 강도만 높아지니 감정 이입이 쉽지 않았습니다.

뮤지컬 영화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다이에게틱 뮤직(Diegetic Music)입니다. 다이에게틱 뮤직이란 극 중 인물들도 함께 듣거나 인식하는 음악으로, 현실과 감정이 자연스럽게 맞닿는 순간을 만들어 냅니다. 전편의 'Defying Gravity'가 그토록 강렬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이 지점에서 음악과 감정이 완벽하게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2편에서 새로 추가된 두 곡은 그 경지에 이르지 못하고 그냥 러닝타임만 늘려놓은 인상이었습니다.

캐릭터: 글린다가 빛날수록 엘파바가 희미해졌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의 진짜 주인공이 글린다처럼 보인다는 것. 러닝타임 점유율로 봐도, 서사적 변화와 성장의 폭으로 봐도, 《For Good》은 사실상 글린다의 영화입니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정권의 앞잡이로 살면서 내면을 부정해야 하는 모순을 정말 훌륭하게 연기했고, 제가 보면서 가장 감정이 흔들린 장면들도 대부분 글린다 파트였습니다.

글린다는 이 세계관에서 선(善)이 무엇인지 유일하게 고찰하는 캐릭터입니다. '체제에 순응하는 선'과 '체제에 저항하는 악'이라는 역설적 대비 구조 안에서 그녀의 내적 갈등은 꽤 설득력 있게 그려집니다. 글린다만 제대로 작동하는 영화라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영화의 서사적 의도 자체가 엘파바의 행동보다 글린다의 침묵 속 공모 윤리를 탐구하는 쪽으로 이동한 것이고, 이는 호불호가 갈릴 선택이지 완전한 실패라고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엘파바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희미해진다는 건 큰 문제입니다. 특히 피에로와의 삼각관계 처리가 그 정점이었는데, 엘파바는 글린다와 결혼까지 앞두고 있던 피에로를 아무런 갈등 없이 받아들입니다. 이때 제 경험상, 이 장면에서 관객이 느껴야 할 감정적 무게를 영화가 완전히 흘려보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1편에서 쌓아온 우정과 감정의 결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 사람이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었는지조차 흐릿해지는 순간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시각적인 부분도 아쉬운 포인트였습니다. 전편의 글린다 핑크와 에메랄드 그린이 주던 쨍한 색감은 2편에서 세피아톤과 블루 컬러 그레이딩(Color Grading)으로 대체됩니다. 컬러 그레이딩이란 영화의 전체적인 색조와 분위기를 조정하는 후반 작업으로, 이번 선택은 의도적으로 더 어둡고 음울한 감성을 만들려 한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전편과의 톤 낙차가 너무 크게 느껴졌습니다.

분할 전략이 낳은 구조적 숙명

2편이 유독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를 단순히 연출력 퇴보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1편이 세계관 빌딩(World Building)을 독점했기 때문입니다. 세계관 빌딩이란 관객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배경, 규칙, 관계를 쌓아 올리는 작업을 말하는데, 그 쾌감을 전편이 고스란히 가져가버리면 후편은 필연적으로 해소와 정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존추 감독의 실력 문제가 아니라 분할 전략이 가져온 구조적 숙명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뮤지컬을 두 편으로 나누어 제작하는 방식은 최근 할리우드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런 분할 개봉 방식이 서사 완성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영화 비평 매체들도 꾸준히 분석하고 있습니다. 2편이 "감정적 결말은 강렬하지만 1편만큼 응집력은 없다"는 평이 반복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럼에도 후반부는 나름의 매력이 있었습니다. 서브플롯들이 뒤엉키면서 피에로의 순교 서사, 허수아비가 되어버린 보크의 이야기가 마음을 건드리는 순간이 있었고, 뮤지컬 극적 구조(Dramatic Structure) 측면에서 마지막 'For Good' 장면은 두 인물의 관계를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마무리했습니다. 뮤지컬 극적 구조란 음악과 대사, 감정의 절정을 효과적으로 배치하여 관객을 감동시키는 연출 기법을 의미하는데, 이 마지막 장면만큼은 그 기준을 충분히 만족했습니다.

《Wicked: For Good》은 독립적 걸작이라기보다 두 편을 하나로 봤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후반부입니다. 전편과 이번 편을 이어 보면서 느낀 건, 이 두 영화는 결국 한 편이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작을 사랑했다면 충분히 볼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1편의 폭발적 쾌감을 기대하셨다면, 미리 마음을 조금 내려놓으시길 권합니다. 그래야 마지막 'For Good' 장면이 주는 조용하고 깊은 여운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YKdCW44yCU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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