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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레트로퓨처리즘, 갤럭투스, MCU 안착)

by flowerpiggy 2026. 5. 26.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판타스틱 4는 이미 두 번이나 실사화에 실패했고, 세 번째 시도라고 해서 갑자기 달라질 거라는 확신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오니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드디어 이 팀이 자기 옷을 제대로 입었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마블이 내리막을 걷던 시기에 꽤 의미 있는 신호탄을 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영화 판타스틱4 새로운 출발: 레트로퓨처리즘이 이 영화를 살렸다

일반적으로 MCU 신작이라고 하면 현란한 디지털 배경과 과도한 CGI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달랐습니다. 1960년대 레트로퓨처리즘을 미장센의 중심에 두었는데, 여기서 레트로퓨처리즘이란 과거 시대가 상상했던 미래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예술 양식입니다. 쉽게 말해 60년대 SF 잡지에서 튀어나온 듯한 색감과 디자인 언어를 현대 블록버스터에 이식한 것입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이 선택이 단순한 감성 취향이 아니라 굉장히 전략적인 결정이었다는 점입니다. 최근 마블 영화들이 세계관 연결에 지나치게 집중하면서 개별 작품의 시각적 개성을 잃어버렸다는 비판이 이어졌는데, 이 영화는 독립적인 지구인 어스 828(Earth-828)을 배경으로 아예 MCU의 기존 문법에서 벗어납니다. 어스 828이란 타노스의 핑거스냅 사건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평행 지구를 의미합니다. 덕분에 어벤져스와의 관계를 설명하느라 서사가 낭비되는 일이 없었고, 이 팀만의 이야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프로덕션 디자인(Production Design) 측면에서도 최근 마블 영화 중 손에 꼽을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프로덕션 디자인이란 영화 속 공간, 소품, 색채 등 시각적 환경 전반을 설계하는 작업을 가리킵니다. 아이맥스(IMAX) 인증 카메라로 촬영된 만큼 화면의 밀도 자체가 달랐고, 특히 갤럭투스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시점부터 화면비가 1.43:1로 확장되면서 관객을 압도하는 연출이 펼쳐졌습니다. 저는 아이맥스관에서 봤는데, 갤럭투스가 화면을 꽉 채우는 순간만큼은 인터스텔라나 컨택트가 떠오를 정도의 묵직함이 있었습니다.

갤럭투스는 위협적이었지만, 서사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영화에서 갤럭투스의 존재감은 상당했습니다. 지금까지 MCU에 등장한 우주적 존재들, 예를 들어 셀레스티얼 아리센과 비교해도 훨씬 더 원초적인 압도감을 보여줬고, 개인적으로는 아리센보다 훨씬 인상적이었습니다. 음악 역시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 마이클 지아치노의 스코어(Score)가 우주적 공허함과 긴장감을 정확하게 전달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갤럭투스의 등장 시퀀스에서 음악과 비주얼의 조화가 특히 뛰어났습니다.

갤럭투스의 존재감을 높이 평가하는 시각도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가 캐릭터로서 얼마나 깊이 있게 그려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습니다. 비주얼 스케일은 압도적이었지만, 그의 철학이나 동기가 충분히 탐구되지 않은 채 위협의 도구로 소비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원작 갤럭투스는 단순한 악당이 아닌 우주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설적 존재로 묘사됩니다. 이번 영화가 그 층위까지 파고들었다면 더 강렬한 여운을 남겼을 것입니다.

이번 영화에서 제가 가장 인상적으로 본 캐릭터는 오히려 실버 서퍼였습니다. Julia Garner가 연기한 실버 서퍼, 즉 샬라발은 갤럭투스의 전령으로 등장하지만 단순한 빌런이 아닌 비극적 사연을 가진 존재로 그려집니다. 차갑고도 슬픈 감정선이 꽤 설득력 있었고, 결정적인 순간에 서사의 중심을 잡아줬습니다.

판타스틱 4 MCU 안착

저는 이 영화가 단순한 캐릭터 소개 편, 즉 어벤져스 시리즈를 위한 들러리 역할에 그칠 거라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The Fantastic Four: First Steps는 MCU 멀티버스 사가의 다음 챕터인 Avengers: Secret Wars를 위한 징검다리 그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영화 속 평화 협정 장면에서 라트베리아(Latveria)라는 국가가 등장합니다. 라트베리아란 마블 원작 코믹스에서 닥터 둠의 지배 아래 있는 가상의 동유럽 국가로, 범죄율 0%, 빈곤율 0%를 구현하지만 강압적 통치로 유지되는 나라입니다. 둠 자체를 상징하는 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번 영화에서 그가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설정 하나만으로도 앞으로의 서사에 기대감을 끌어올립니다.

Pedro Pascal의 리드 리처드는 팀의 지적 중심을 설득력 있게 잡아줬고, 수 스톰은 팀 전체를 감싸는 감정의 축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보고 느낀 건, 이 네 명이 처음으로 진짜 가족처럼 느껴졌다는 점입니다. 이전 실사화들에서 번번이 놓쳤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거든요. 해외 주요 평단 역시 배우들 간의 케미스트리와 Matt Shakman 감독의 감성적 연출을 이 작품의 핵심 강점으로 꼽았습니다.

러닝 타임 114분은 딱 적당했습니다. 기원 장면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팀이 이미 가족으로 기능하는 시점에서 시작한 선택도 영리했습니다. 단, 그 결과로 일부 캐릭터의 감정 축적이 충분하지 않아 후반의 드라마가 조금 빠르게 소비되는 느낌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마블의 대반전"이라기보다는 재정비를 위한 안정적이고 품격 있는 첫걸음에 가깝습니다. 화려한 혁신보다는 판타스틱 4를 MCU에 무리 없이 안착시키는 데 집중했고, 그 점에서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액션 스펙터클보다 관계와 감정을 전면에 내세운 연출이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저는 이 선택이 이 팀의 정체성에 훨씬 솔직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닥터 둠과 멀티버스 서사가 본격화될 다음 단계가 더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SY1MlfogNr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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