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짜리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왔다. 이상하게도 가장 강렬했던 건 폭발 장면이 아니었다. 엄청난 소리와 빛이 화면을 가득 채우던 순간보다, 그 뒤에 남은 한 사람의 얼굴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말도 거의 없고 움직임도 크지 않은데 이상하게 눈을 뗄 수 없었던 얼굴. 집에 돌아와서도 그 표정이 자꾸 떠올랐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는 원자폭탄을 만든 과학자에 관한 영화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면 폭탄의 위력보다 한 가지 질문이 더 무겁게 남는다. 인류를 발전시킨 지식이 인류를 파괴할 수도 있다면, 그 지식을 만든 사람에게 책임이 있을까. 오펜하이머는 괴물 같은 무기를 만들어낸 사람일까. 아니면 시대가 요구한 일을 수행한 과학자였을까. 둘 중 하나를 고르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영화는 그 둘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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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9. 3.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