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를 두고 "스토리는 없고 CG만 화려한 영화"라고 말하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저도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어느 정도 동의했습니다. 워낙 당시에는 기술적인 혁신이 압도적으로 주목받았기 때문에 정작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가려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다시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과연 이 영화가 정말 이야기가 없는 작품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너무 화려한 볼거리에 시선을 빼앗긴 나머지 그 안에 담긴 질문과 감정을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요. 저는 오히려 두 번째 감상에서 비로소 《아바타》의 진짜 가치가 보였습니다. 거대한 스펙터클이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머릿속을 맴도는 것은 CG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 욕망과 공존에 대한 질문들이었습니다. 영화..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스티븐 스필버그가 80세라는 나이에 과연 또 한 번 새로운 충격과 경이로움을 보여줄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기대보다는 걱정이 조금 더 컸습니다. 이미 영화사에 남을 작품들을 수없이 만들어낸 감독이고, 외계인이라는 소재 역시 그가 평생 탐구해온 영역이기 때문에 더 이상 보여줄 것이 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막상 극장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된 뒤, 저는 그런 의심 자체가 얼마나 성급했는지를 깨닫게 됐습니다. 《디스클로저 데이》는 흔히 떠올리는 외계인 침공 영화도 아니고, 정체불명의 존재와 맞서는 액션 블록버스터도 아닙니다.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묻고 있는 질문은 훨씬 근본적입니다. 만약 인류가 오랫동안 상상만 해왔던 진실을 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어느 정도 기대치를 가지고 극장에 들어갔습니다. 당연히 특유의 사회 비판과 계급 풍자가 들어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걸 SF라는 장르 안에서 영리하게 녹여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영화를 보고 난 뒤의 감상은 예상과 조금 달랐습니다. 사회 비판의 수위가 생각보다 훨씬 직접적이었고, 풍자의 칼날 역시 꽤 노골적이었습니다. SF 블록버스터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정작 영화가 겨누는 대상은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처럼 느껴졌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여러 번 웃었습니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블랙코미디는 여전히 날카롭고 효과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웃음이 끝나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