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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트북> 리뷰 (사랑, 편지, 헌신)

《노트북》을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솔직히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워낙 명작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보니 "또 한 편의 눈물 짜내는 신파 로맨스겠지"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주변에서 하나같이 인생 영화라고 이야기하니 언젠가는 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이상하게도 자리에서 쉽게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대단한 반전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눈물을 펑펑 쏟아낼 정도로 비극적이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아주 잔잔하게, 그러나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천천히 흔들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오래된 사진첩을 우연히 꺼내 보다가 잊고 있던 기억과 감정들이 조용히 되살아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 순간 비로소 왜 이 영화가 20년이 넘도록 사..

카테고리 없음 2026. 6. 20. 09:19
영화 <어바웃 타임> 후기 (아버지, 시간, 감정, 현재)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당신은 정말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저는 처음 이 질문을 떠올렸을 때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지나간 선택을 후회하고, 놓쳐버린 인연을 떠올리며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하고 상상해 보니까요. 저 역시 그런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실수했던 순간들, 조금 더 용기를 냈더라면 달라졌을 관계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하지 못했던 말들이 떠오를 때면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 있다면 삶이 훨씬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을 보고 나서 그 확신이 조용히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여행이라는 판타지적 설정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영화가 끝난 뒤 제 마음에 남은 것은 '과거를 바꾸는 기쁨'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태도'였습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6. 6. 17. 21:00
영화 <마이클> 후기 (한계, 착시, 흥행)

저는 이 영화를 보러 가면서 솔직히 꽤 냉소적이었습니다. 재단이 승인한 전기영화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부터 어느 정도 결론을 내려버렸거든요. 아마 보기 좋은 장면들만 모아놓은 화려한 하이라이트 영상 같은 작품이겠지, 논란이 되는 부분은 최대한 피해 가면서 전설이라는 이미지와 팬들의 향수만 소비하려는 영화겠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래서 극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에도 기대감보다는 확인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내 예상이 얼마나 맞는지 한번 보자'는 심정으로 자리에 앉았고, 영화가 시작되기 전까지도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상영이 끝나고 극장을 나오면서 느낀 감정은 예상보다 훨씬 복잡했습니다. 제가 예상했던 부분도 분명 있었지만, 동시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전율과 아쉬..

카테고리 없음 2026. 6. 15. 21:02
영화 <모탈 컴뱃 2> 후기 (세계관, 영웅, 핵심)

제가 처음 모탈 컴뱃이라는 이름을 접한 건 초등학교 시절 오락실에서였습니다. 동전을 손에 쥐고 철권이나 킹 오브 파이터를 하던 또래들 사이에서, 유독 형들이 몰려 있던 기계 하나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모탈 컴*이었습니다. 옆에서 구경만 하다가 마지막에 상대를 처참하게 끝내는 장면이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어린 마음에는 충격이 너무 커서 괜히 무서워져 자리를 피해버렸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당시에는 그냥 "잔인한 게임"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뒤 다시 그 역사를 찾아보니, 단순히 피가 많이 튀는 게임이 아니라 게임 산업 전체의 흐름을 바꾼 작품이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습니다. 1992년에 처음 출시된 모탈 컴뱃은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기존 격투 게임과는 결이 달랐습니다. 실제 배..

카테고리 없음 2026. 6. 14. 10:37
영화 <군체> 리뷰 (좀비, 앤트밀, 부산행)

좀비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가 '빠른 좀비'라고 생각하셨다면, 이 영화는 그 전제부터 완전히 뒤흔들어 놓습니다. 연상호 감독의 신작 〈군체〉는 달리고 물어뜯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생각하고 학습하는 좀비라는 개념을 꺼내 들었습니다. 저 역시 영화관에서 그 설정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순간부터 단순한 공포 영화가 아니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화면 속 감염자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이게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맴돌았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그 불안감이 쉽게 가시지 않았습니다. 무섭다는 감정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종류의 공포였습니다. 익숙한 좀비 영화의 문법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저에게도 꽤 낯설고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영화 군체: 집단 지성..

카테고리 없음 2026. 6. 14. 09:07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후기 (권력, 위기, 무게)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속편이라는 말에 반신반의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컸습니다. 20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습니다. 원작이 한 시대를 대표하는 영화로 남아 있는 만큼, 괜히 추억만 소비하는 작품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었습니다. 요즘 할리우드가 익숙한 IP를 다시 꺼내 들며 향수를 자극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번 작품 역시 팬서비스로 포장한 nostalgia marketing, 즉 향수 마케팅의 연장선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선입견은 조금씩 무너졌습니다. 물론 반가운 얼굴들이 등장하는 순간의 즐거움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힘은 거기에 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세월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일하고, 버티고,..

카테고리 없음 2026. 6. 1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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