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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체> - 우리는 진화하고 있는가 아니면 인간다움을 잃어가고 있는가

연상호 감독의 는 익숙한 좀비 영화의 틀을 빌리면서도 꽤 다른 방향으로 공포를 만든다. 감염자가 달려온다. 생존자들은 건물 안에서 도망친다. 누가 감염됐는지 확인하고, 탈출할 방법을 찾는다. 여기까지만 보면 익숙한 재난 영화의 모습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진짜 무서운 변화는 좀비가 빨라지는 데 있지 않다. 서로 연결되기 시작한다는 것. 영화 속 감염자들은 각각 떨어진 개체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한 개체가 얻은 경험이 다른 개체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 처음에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감염자들이 점점 인간의 행동을 학습하고, 새로운 정보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군체 전체의 움직임이 달라진다. 연상호 감독 역시 를 기존 좀비 영화보다 좀비 자체에 집중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집단 지성을 가..

카테고리 없음 2026. 9. 8. 07:03
영화 <노트북> -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기억하지 못해도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선명해진다. 반대로 시간이 모든 것을 지워버리기도 한다. 2004년 개봉한 영화 은 니컬러스 스파크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로맨스 영화다. 닉 카사베츠가 연출했고 라이언 고슬링과 레이철 맥아담스가 젊은 시절의 노아와 앨리를 연기했다. 노년의 두 사람은 제임스 가너와 제나 롤랜즈가 맡았다. 영화는 젊은 연인의 사랑과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온 부부의 모습을 오가며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배경은 1940년대 미국 남부. 여름휴가를 온 부유한 집안의 딸 앨리와 지역 청년 노아가 만나 사랑에 빠진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은 집안의 반대와 이별을 겪고, 전쟁과 새로운 만남을 지나 다시 서로 앞에 서게 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익숙한 멜로 영화의 이야기다. 그런데 ..

카테고리 없음 2026. 9. 7. 22:03
영화 <오딧세이> - 20년 만에 돌아온 영웅은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크리스토퍼 놀란의 는 호메로스의 고전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바탕으로 만든 2026년 영화다. 맷 데이먼이 오디세우스, 앤 해서웨이가 페넬로페, 톰 홀랜드가 텔레마코스, 로버트 패틴슨이 안티노우스를 연기했다. 젠데이아는 아테나 역으로 등장한다. 영화는 약 172분 동안 트로이 전쟁을 끝낸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까지의 여정을 따라간다. 동시에 그가 없는 동안 이타카에서 흘러간 시간도 함께 보여준다. 놀란은 이야기를 단순한 시간 순서로 이어 붙이지 않는다. 과거의 사건이 현재에 끼어들고, 이미 지나간 장면이 뒤늦게 다른 의미를 갖는다. 기억을 하나씩 되찾는 듯한 방식이다. 화면의 규모 역시 놀란 답다. 는 전편을 IMAX 70mm 카메라로 촬영한 최초의 장편영화로 소개되고 있다. 거대한 바다와 ..

카테고리 없음 2026. 9. 6. 14:11
영화 <에이리언: 로물루스> - 살아남기 위해 인간성을 포기해야 한다면, 나는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우주선 안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제노모프가 아니었다. 어둠도, 피도, 좁은 통로도 아니다. 정말 섬뜩했던 것은 눈앞에 있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다른 누군가를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를 보고 있으면 계속 그런 선택과 마주하게 된다. 문을 닫을 것인가. 열어둘 것인가. 도망칠 것인가. 남을 것인가. 내가 살아남기 위해 다른 사람을 위험에 빠뜨려도 괜찮은가. 평소라면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은 질문이다. 그런데 산소가 부족하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어디에서 제노모프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생존이 눈앞에 닥치는 순간 사람은 자신이 중요하다고 믿었던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게 된다. 그때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무엇일까. 에서 그 질문을 가장 오래 따라가게 만드는 인물은 레인이..

카테고리 없음 2026. 9. 5. 11:35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 모든 것을 빼앗긴 소녀가 어떻게 자신의 삶을 되찾았을까

나무가 있는 곳이었다. 물이 흐르고, 과일이 열리고,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곳. 시리즈를 생각하고 극장에 앉아 있으면 이런 풍경이 오히려 낯설다. 황무지의 노란 모래와 녹슨 쇠붙이, 거대한 엔진과 피로 물든 얼굴에 익숙한 눈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인지 초반의 초록색이 유난히 선명하게 들어왔다. 나무에 달린 과일도 눈에 남았다. 별것 아닌 장면처럼 보이는데 이상했다. 물 한 방울과 먹을 것 하나가 생존과 연결되는 세계에서 누군가 아무렇지 않게 과일을 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풍요롭게 느껴졌다. 그곳에서 어린 퓨리오사는 행복해 보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세계가 무너진다. 퓨리오사는 납치되고, 어머니를 잃는다.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쉽게 드러낼 수도 없는 삶이 시작된다. 살아남기 위해 낯선 사람들 ..

카테고리 없음 2026. 9. 5. 08:57
영화 <브루탈리스트> - 재능을 인정받는 순간, 우리는 무엇을 내어주게 될까

건물은 완성되는 순간부터 건축가의 손을 떠난다. 사람들이 그 안에서 살아가고, 창문으로 빛이 들어오고, 계절이 몇 번씩 바뀌는 동안 처음 설계했던 사람의 모습은 점점 뒤로 밀려난다. 그런데 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이상하게 건물보다 한 사람이 먼저 떠올랐다. 라즐로 토스. 1947년,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헝가리 출신 건축가 라즐로는 미국으로 건너온다. 한때 이름을 날렸던 건축가지만 새로운 나라에서 그를 기다리는 것은 명성과 박수가 아니다. 먹고살기 위해 일해야 하고, 가족과도 떨어져 있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러다 부유한 사업가 해리슨 리 밴 뷰런을 만나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라즐로의 재능을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기다리던 순간처럼 보인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있으면 이상한 불편함..

카테고리 없음 2026. 9. 5. 02:03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내 행복까지 포기할 수 있을까

스파이더맨은 혼자 뉴욕을 날아간다. 겨울이다. 빌딩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지나가고, 사람들은 각자의 일상으로 바쁘게 움직인다. 그 위를 스파이더맨 한 명이 거미줄을 쏘며 건물 사이를 지나간다. 그런데 이상하다. 저렇게 자유롭게 움직이는 사람이 왜 이렇게 외로워 보일까. 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면 지금도 이 생각이 먼저 든다. 세 명의 스파이더맨이 한 화면에 등장했던 순간도 짜릿했다. 과거의 빌런들이 다시 나타나는 장면도 반가웠다. 개봉 당시 극장에서 토비 맥과이어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객석에서 탄성이 터졌던 기억도 선명하다. 나 역시 그 순간 피식 웃었다. 어린 시절 보았던 스파이더맨이 시간이 훌쩍 지난 뒤 다시 내 앞에 나타난 느낌이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난 뒤에는 전혀 다른 장면이 머릿속에 남았..

카테고리 없음 2026. 9. 5. 00:10
영화 <모아나 2> - 혼자서 가장 멀리 가는 것보다, 함께 더 멀리 가는 법

바다는 혼자 건너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배를 타고 수평선을 바라보면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앞에는 물뿐이고, 뒤에는 지나온 물결만 남는다. 방향을 정하는 사람도, 노를 젓는 사람도 결국 배 안에 있는 누군가의 몫이다. 그래서 모아나가 다시 바다로 나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조금 궁금했다. 1편에서 이미 자신의 길을 찾은 아이였다. 테 피티의 심장을 돌려놓았고, 부족이 오랫동안 품고 있던 바다에 대한 두려움도 넘어섰다. 자신들의 뿌리가 항해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렇게 큰 모험을 끝낸 모아나에게는 또 어떤 이야기가 남아 있을까. 의 출발점은 의외로 단순하다. 모아나는 선조들의 부름을 받고 다시 먼 바다로 향한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다. 마우이와 새로운 선원들을 만나고, 오랫동안 ..

카테고리 없음 2026. 9. 4. 22:28
영화 <라스트 하우스> - 살아남는 것과 제대로 살아가는 것은 언제부터 다른 일이 되는 걸까

창문을 열 수 있다는 게 이렇게 고마운 일이었나 싶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창밖으로 햇빛이 들어온다. 답답하면 창문을 조금 열어 바람을 쐰다. 잠깐 밖에 나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평소에는 너무 당연해서 이런 일을 자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를 보고 나니 달라졌다. 영화 속 가족에게 창문은 세상을 보여주는 물건이면서 동시에 세상과 자신들을 갈라놓는 경계다. 밖이 보인다. 비가 내리는 것도 보인다. 사람이 살았던 흔적도 느껴진다. 그런데 나갈 수 없다. 문도 열리지 않는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빠져나갈 방법을 찾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집 안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먹을 것을 아끼고, 물을 모으고, 굴뚝을 이용해 바깥의 동물을 잡고, 집 안의 흙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다. 그렇..

카테고리 없음 2026. 9. 4. 20:10
누가 엘파바를 악당으로 만들었을까? 영화 <위키드>가 뒤집어버린 선과 악의 이야기

초록색 피부를 가진 소녀가 태어났다. 사람들은 아이를 보자마자 놀랐다. 누군가는 이상하다고 했고, 누군가는 불길하다고 했다. 아이가 무엇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태어난 순간부터 이미 하나의 이미지가 따라붙었다. ‘저 아이는 우리와 다르다.’ 이 한마디가 이상하게 무섭다. 사람은 낯선 존재를 오래 바라보지 않는다. 이름을 붙이고, 이유를 만들고, 어느 순간부터는 그 이야기를 사실처럼 받아들인다. 누군가가 나쁜 사람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나면 그 사람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묻는 사람은 점점 줄어든다. 의 엘파바가 그렇다. 우리가 알고 있던 서쪽의 사악한 마녀. 초록색 피부, 검은 모자, 빗자루. 어린 시절부터 너무 익숙하게 보아온 이미지라 그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궁금하지 않았다. 그런데 영화는 그 ..

카테고리 없음 2026. 9. 4.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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