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판타스틱 4는 이미 두 번이나 실사화에 실패했고, 세 번째 시도라고 해서 갑자기 달라질 거라는 확신이 없었거든요. 오히려 개봉 전까지는 "이번에도 결국 아쉬운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의심이 더 컸습니다. 마블이 최근 몇 년 동안 보여준 행보 역시 기대보다는 걱정을 키우는 요소였습니다. 작품 수는 늘어났지만 예전처럼 극장을 나서며 가슴이 뛰는 경험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고, 저 역시 한때 MCU를 열정적으로 따라가던 팬에서 조금은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관객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오니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드디어 이 팀이 자기 옷을 제대로 입었구나"였습니다. 단순히 ..
초인 혈청 없이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를 든 인물이 마침내 자신만의 무대를 가졌습니다. 솔직히 개봉 전까지는 "샘 윌슨이 스티브 로저스의 자리를 얼마나 채울 수 있을까"라는 의심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습니다. 아마 저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MCU를 따라온 팬들 상당수가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겁니다. 캡틴 아메리카라는 이름은 단순한 히어로의 코드네임이 아니라, MCU 전체를 관통해 온 상징에 가까웠으니까요. 그래서 극장에 들어가기 전까지도 무의식적으로 샘을 새로운 캡틴이 아니라 '스티브의 후임' 정도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무렵에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 영화는 누군가의 빈자리를 대신 채우는 이야기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캡틴이 자신의 방식으로 탄생하는 이야기였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