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이 시리즈가 다시 저를 설레게 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어린 시절 비디오로 처음 접했던 쥬라기 공원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고, 새로운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이번에는 그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라는 기대를 품곤 했습니다. 특히 이번 작품은 비주얼리스트로 정평 난 감독에 쟁쟁한 각본가 조합, 거기다 스칼렛 요한슨까지 합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대치를 상당히 끌어올렸습니다. 예고편이 공개될 때마다 화면을 멈춰가며 장면을 분석했고, 오랜만에 극장에서 반드시 봐야 할 블록버스터가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상영관의 불이 켜지고 극장을 나서는 순간, 그 기대가 얼마나 순진한 것이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실망감이라는 단어만으로는 부족할..
단종은 1457년 유배된 지 불과 4개월 만에 열일곱의 나이로 생을 마쳤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에서 자막과 함께 그 숫자를 다시 마주하는 순간 이상할 만큼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열일곱이라는 나이는 아직 세상을 충분히 살아보지도 못한 나이입니다. 누군가는 미래를 꿈꾸고, 누군가는 실수를 반복하며 성장하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한 나라의 왕이었던 소년은 그 나이에 모든 것을 빼앗긴 채 생을 마감했습니다. 「왕과 사는 남자」는 바로 그 짧고도 처절했던 4개월의 시간 사이에 존재했을지도 모르는 인간적인 이야기를 상상력으로 복원한 작품입니다. 역사책 속에서는 몇 줄로 정리되는 비극이지만, 영화는 그 시간을 살아낸 사람들의 감정과 체온을 보여주며 관객을 그 안으로 천천히 끌어당깁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