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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 -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을까

피터 파커는 자꾸만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한다. 토니 스타크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고, 어벤져스의 일원이 되고 싶어 한다. 학교에서는 좋아하는 여자아이에게 잘 보이고 싶고, 친구들에게는 자신이 평범한 학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숨겨야 한다. 스파이더맨이 된 뒤에도 마음은 편하지 않다. 거미줄을 타고 건물 사이를 날아다닐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신이 난다. 그런데 토니에게 연락이 오지 않으면 금세 초조해진다. 자신에게 더 좋은 슈트를 주기를 기다리고, 더 큰 임무를 맡겨주기를 기대한다. 그 모습이 묘하게 귀엽다. 아직 열다섯 살이니까. 어른들이 보기에는 뉴욕을 누비는 슈퍼히어로지만 피터에게는 학교생활도 중요하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고,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싶다. 어벤져스와 함께 싸웠다는 사실을..

카테고리 없음 2026. 9. 4. 02:47
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 스티브가 아니어도 캡틴 아메리카가 될 수 있을까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를 처음 손에 쥔 사람이 스티브 로저스가 아니라는 사실은 아직도 조금 낯설다. MCU를 오래 봐온 사람이라면 더 그럴 것 같다. 방패 하나만 봐도 스티브의 얼굴이 떠오른다. 어벤져스가 무너질 것 같은 순간에도 한 발 앞으로 나가던 사람. 힘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어도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향을 쉽게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 그런 인물의 이름을 샘 윌슨이 이어받았다. 문제는 방패를 드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샘에게 부족한 것은 용기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것이 주어졌다. 캡틴 아메리카라는 이름. 스티브 로저스의 기억.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역할. 사람들의 기대. 그리고 자신을 믿고 따라오는 동료들의 시선까지. 마블 공식 소개에서도 샘 윌슨은 이미 공식적으로 캡틴 아메리카의 맨틀을 이..

카테고리 없음 2026. 9. 4. 00:27
영화 <쿵푸팬더 4> - 잘하던 일을 내려놓는다고 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이상하게도 액션 장면보다 포가 누군가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모습이 자꾸 생각났다. 어릴 때부터 봐온 캐릭터가 어느 순간 스스로 무대의 중심에서 조금씩 물러나는 모습. 반갑기도 했고, 조금 서운하기도 했다. 극장을 나와 주차장으로 걸어가면서도 포의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 예전 같으면 “이번에는 어떤 악당과 싸우지?”가 먼저 생각났을 텐데, 이날은 이상하게도 포가 더 이상 혼자 앞에 서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눈에 밟혔다. 의 포는 늘 부족한 팬더였다. 뚱뚱했고 실수도 많았다. 쿵푸를 제대로 배운 적도 없으면서 용의 전사가 되겠다고 덤볐다. 그런 포가 어느새 수많은 적을 물리치고,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알려주는 위치까지 올라왔다. 그런데 이제는 더 강한 적을 물리치는 것만으..

카테고리 없음 2026. 9. 3. 23:02
영화 <오펜하이머> - 내가 만든 것이 세상을 파괴할 수도 있다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할까

3시간짜리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왔다. 이상하게도 가장 강렬했던 건 폭발 장면이 아니었다. 엄청난 소리와 빛이 화면을 가득 채우던 순간보다, 그 뒤에 남은 한 사람의 얼굴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말도 거의 없고 움직임도 크지 않은데 이상하게 눈을 뗄 수 없었던 얼굴. 집에 돌아와서도 그 표정이 자꾸 떠올랐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는 원자폭탄을 만든 과학자에 관한 영화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면 폭탄의 위력보다 한 가지 질문이 더 무겁게 남는다. 인류를 발전시킨 지식이 인류를 파괴할 수도 있다면, 그 지식을 만든 사람에게 책임이 있을까. 오펜하이머는 괴물 같은 무기를 만들어낸 사람일까. 아니면 시대가 요구한 일을 수행한 과학자였을까. 둘 중 하나를 고르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영화는 그 둘 사이에서..

카테고리 없음 2026. 9. 3. 21:34
남들에게 인정받는 삶을 내려놓을 용기, 영화 <아메리칸 셰프>가 묻는 한 가지

맛있는 음식이 잔뜩 나오는 영화를 보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를 틀었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와 바삭하게 구워지는 빵, 치즈가 녹아내리는 장면이 이어진다. 화면에서는 계속 음식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음악은 경쾌하고 화면은 따뜻하다. 등장인물들도 어딘가 사랑스럽다. 영화를 보다가 결국 냉장고 문을 한 번 열어봤다. 특별히 먹을 것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화면에서 쿠바 샌드위치를 만드는 모습을 보고 나니 뭔가 하나라도 꺼내 먹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맛있는 영화를 기대하고 시작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음식보다 오래 남은 건 따로 있었다. 나는 남들에게 인정받는 일을 내려놓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할 용기가 있을까? 생각보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우리는 잘하는 일..

카테고리 없음 2026. 9. 3. 20:06
부모가 정해준 세상에서 벗어나는 순간 -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가 건넨 조금 늦은 성장 이야기

어릴 때는 부모가 알려주는 세상이 거의 전부다. 무엇이 좋은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아직 직접 겪어본 일이 많지 않으니 부모의 말을 믿는 편이 훨씬 편하다. 세상을 먼저 살아본 사람이 알려주는 길이라면 그쪽으로 가는 것이 안전해 보이기도 한다. 영화 의 히컵도 그런 아이였다. 바이킹이 사는 버크섬에서는 드래곤을 잡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아버지 스토이크는 강한 바이킹이었고, 아들에게도 그런 모습을 기대했다. 실제로 스토이크는 버크를 지키는 강인한 족장이자 전사로 그려진다. 하지만 히컵은 아버지가 원하는 아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힘도 부족하고 싸움도 서툴다. 대신 무언가를 만들고 관찰하고 생각하는 데 관심이 많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히컵은 누구도 잡지 못했던 드래곤을..

카테고리 없음 2026. 9. 2. 05:55
내가 사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었다 - 영화 <리버티 하이츠>

어릴 때는 이상한 일이 있어도 이상한 줄 모를 때가 많습니다. 학교에서 정해진 자리에 앉고,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하고, 친구들과 놀다가 집에 돌아옵니다. 매일 반복되는 풍경이 너무 익숙해서 그 안에 어떤 규칙이 숨어 있는지 굳이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구는 이곳에 들어갈 수 있고 누구는 안 된다는 것. 누구와 친하게 지내면 안 된다는 것. 어떤 사람은 피부색이나 가족의 배경 때문에 다른 대우를 받는다는 것. 그런 사실을 처음 알아차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1999년 배리 레빈슨 감독이 만든 는 1954년 볼티모어에서 살아가는 유대인 소년 벤 커츠먼의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레빈슨 감독이 자신의 고향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만든 네 번째 작품이기도 합니다. , , 으로 이어진 볼티모어 연작의 마지막 작품인 셈입니..

카테고리 없음 2026. 9. 2. 03:40
내 몸을 누구의 기준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 영화 <진정한 여성에겐 곡선이 있다>

거울 앞에 서서 괜히 배를 한 번 집어본 적이 있습니다. 조금만 덜 나왔으면 좋겠고, 허벅지는 조금만 가늘었으면 좋겠고, 사진을 찍을 때는 옷이 몸에 붙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몸을 이리저리 살펴봅니다. 옷을 고를 때도 비슷합니다.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해도 디자인보다 먼저 거울에 비친 몸부터 확인하게 됩니다. 괜찮아 보이면 입어보고, 조금이라도 배가 도드라져 보이면 다시 옷걸이에 걸어놓습니다. 이런 행동이 너무 익숙해서 이상하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2002년 영화 의 아나를 보면서 그런 순간들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멕시코계 미국인 가정에서 자란 열여덟 살 아나는 공부도 잘하고 대학에 진학할 가능성도 충분한 학생입니다. 하지만 집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기다리고 ..

카테고리 없음 2026. 9. 2. 01:50
영화 <사랑의 레시피> -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에도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람을 잃고 나면 시간이 멈출 것 같지만, 이상하게도 세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계속 움직입니다. 아침이 오고, 출근 시간이 되고, 식사를 해야 하고, 누군가는 평소처럼 일을 합니다. 주변에서는 그 모습을 보고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상실을 겪은 사람의 마음까지 일상과 같은 속도로 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2007년 개봉한 영화 (원제 No Reservations)의 케이트가 그렇습니다. 맨해튼의 레스토랑 주방을 책임지는 셰프 케이트는 누구보다 자신의 일을 잘합니다. 재료의 상태를 살피고 음식의 맛을 정확하게 맞추며, 주방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자신의 기준 안에 두려고 합니다. 그녀에게 요리는 직업이면서 동시에 삶을 통제할 수 있게 해주는 질서처럼 보입니다. 그러던 어느..

카테고리 없음 2026. 9. 2. 00:03
시간이 다 지나고도 마음에 남아 있는 것, 영화 <인터스텔라>

2014년 겨울, 극장에서 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 아직도 기억난다. 영화가 길었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169분이라는 러닝타임도 만만하지 않았고, 웜홀과 블랙홀, 상대성이론과 시간 지연 같은 이야기가 한꺼번에 쏟아져 머릿속에서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거대한 우주선과 낯선 행성의 풍경은 압도적이었고, 한스 짐머의 음악은 극장을 나온 뒤에도 한동안 귓가에 남아 있었다. 그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영화 이야기를 했다. “블랙홀 장면 봤어?” “저게 실제로 가능할까?” 아마 그런 이야기였던 것 같다. 그때 내가 가장 신기해했던 것은 우주였다. 웜홀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는지, 블랙홀에 가까이 가면 정말 시간이 느려지는지, 저 거대한 우주선을 어떻게 촬영했는지가 궁금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면서 이상하게 ..

카테고리 없음 2026. 9. 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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