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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목지> 리뷰 (공포, 심리, 물귀신)

공포영화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가 있습니다. 분명 무서운 장면이 나오고 있는데도 손이 먼저 핸드폰으로 향하고, 스크린보다 다른 생각에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 저 역시 그런 경험이 꽤 많았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의 공포영화들은 강한 자극이나 점프 스케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서, 순간은 놀라워도 영화가 끝난 뒤에는 남는 것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살목지》는 오랜만에 그런 습관을 잊게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상영 내내 화면에서 눈을 떼기 어려웠고, 극장을 나온 뒤에도 이상하리만큼 저수지의 검은 수면과 축축한 공기가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무섭다는 감정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마치 어딘가에 다녀온 듯한 찝찝함과 압박감이 오래 남는 영화였습니다. 영화 살목지..

카테고리 없음 2026. 6. 12. 11:33
영화 <디스클로저 데이> 후기 (에밀리, 외계인, 결말)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스티븐 스필버그가 80세라는 나이에 과연 또 한 번 새로운 충격과 경이로움을 보여줄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기대보다는 걱정이 조금 더 컸습니다. 이미 영화사에 남을 작품들을 수없이 만들어낸 감독이고, 외계인이라는 소재 역시 그가 평생 탐구해온 영역이기 때문에 더 이상 보여줄 것이 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막상 극장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된 뒤, 저는 그런 의심 자체가 얼마나 성급했는지를 깨닫게 됐습니다. 《디스클로저 데이》는 흔히 떠올리는 외계인 침공 영화도 아니고, 정체불명의 존재와 맞서는 액션 블록버스터도 아닙니다.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묻고 있는 질문은 훨씬 근본적입니다. 만약 인류가 오랫동안 상상만 해왔던 진실을 실..

카테고리 없음 2026. 6. 12. 10:18
영화 <버킷리스트> 후기 (병실, 핵심, 태도)

두 사람이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일을 적은 종이 한 장에서 이 영화는 시작됩니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저는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제목이 워낙 유명했고, 주변에서도 "인생 영화"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뻔한 감동 영화일 것이라는 선입견도 있었습니다. 죽음을 앞둔 두 사람이 남은 시간을 즐기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설정만 들었을 때는 그저 아름다운 풍경과 눈물 몇 방울을 유도하는 휴먼 드라마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난 뒤의 감정은 예상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멍하니 화면만 바라봤던 기억이 납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버킷리스트를 실천하는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죽음을 앞..

카테고리 없음 2026. 6. 10. 05:40
영화 <아메리칸 셰프> 리뷰 (회복, 연결, 힐링)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에 그냥 "맛있는 음식 나오는 가벼운 영화"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주말 저녁, 특별히 볼 게 없어서 넷플릭스를 뒤적거리다가 우연히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제목도 익숙했고, 음식 영화라면 적당히 편안하게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난 뒤 저는 바로 다음 작품을 틀지 못했습니다. TV를 끄고 한참 동안 소파에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유는 의외였습니다. 이 영화는 음식에 관한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정확히는 음식이라는 소재를 빌려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어른이 다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에 가까웠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우리는 좋아서 시작했던 일들을 어느 순간 의무처럼 반복하게 됩니다. 열정은 사라지고 성..

카테고리 없음 2026. 6. 9. 21:51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후기 (분노, 악당, 실체)

분노의 도로 같은 속도감을 기대하고 극장에 들어갔다가 완전히 다른 결의 영화를 만났거든요. 사실 상영관 불이 꺼지고 워너 로고가 등장할 때까지만 해도 머릿속에는 온통 분노의 도로의 기억뿐이었습니다. 쉼 없이 질주하던 엔진 소리, 모래폭풍을 가르던 워리그,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던 압도적인 속도감 말입니다. 그런데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는 시작부터 전혀 다른 방향으로 관객을 이끕니다. 처음에는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생각했던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조금씩 쌓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깨달았습니다. 이 영화는 추격전이 아니라 전설의 탄생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퓨리오사는 15년에 걸친 복수 서사이고, 조지 밀러는 그 긴 시간을 세계관의 밀도로 채워냅니다. 이 영화를 제대로..

카테고리 없음 2026. 6. 7. 23:28
영화 <시민덕희> 후기 (피싱, 균형, 재구성)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보면서 "어떻게 그걸 속아요?"라고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솔직히 그랬습니다. 뉴스에서 피해 사례를 접할 때마다 어딘가 남 일처럼 느껴졌고, 화면 너머의 피해자들에게 무심하게 "조금만 더 의심했으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영화 《시민덕희》를 보고 나서 그 질문 자체가 얼마나 오만한 시선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범죄 오락영화 한 편을 가볍게 즐길 생각으로 극장에 들어갔다가, 예상치 못한 죄책감과 공감, 그리고 씁쓸한 여운을 안고 나오게 된 작품이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에도 쉽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습니다. 단순히 범인을 잡는 통쾌한 이야기 때문이 아니라, 영화가 피해자를 바라보는 방식이 너무나 인간적이었기 때문입..

카테고리 없음 2026. 6. 7.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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