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위키드를 보러 가기 전까지 오즈의 마법사를 "도로시, 허수아비, 노란 벽돌길 나오는 그 이야기"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TV에서 스쳐 지나가듯 본 기억은 있었지만, 세계관이나 인물 관계를 제대로 이해한 적은 없었습니다. 영화관에 앉아 스크린이 열리고 오즈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을 때도 저는 그저 새로운 판타지 뮤지컬 한 편을 보러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등장인물들이 던지는 대사, 특정 장면에서 관객들이 반응하는 포인트, 의미심장하게 연출되는 순간들이 분명 존재하는데 저는 그 절반 정도를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입니다. 사전지식 없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말은 사실입니다. 실제로도 영화는 친절하고, 이야기 자체의..
이제훈이 58kg까지 감량했다는 사실을 알고 극장에 들어갔습니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그 숫자가 단순한 홍보 포인트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배우들이 작품을 위해 체중을 감량했다는 이야기는 이제 흔한 마케팅 문구처럼 들릴 때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스크린 속 규남은 단순히 마른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자유를 향해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가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소진하고 있는 인간 그 자체로 보였습니다. 특히 철조망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숨소리가 거칠어질 정도로 몰입했고, 손에 땀이 배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순간 저는 단순히 영화를 보는 관객이 아니라 규남의 탈출을 함..
영웅은 처음부터 영웅이었을까요? 저는 극장에서 나오고도 한동안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했습니다. 보통 역사영화를 보고 나면 사건이나 명장면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인데, 영화 하얼빈은 조금 달랐습니다. 머릿속에 남은 것은 총성과 함성보다도 한 인간의 흔들리는 눈빛과 무거운 침묵이었습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익숙하게 배웠던 안중근 의사는 늘 굳건하고 의연한 인물로 기억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신화적인 이미지 뒤에 존재했을 법한 인간 안중근을 응시합니다. 동지들을 잃은 죄책감, 자신의 선택에 대한 의심, 그리고 끝내 감당해야 했던 책임의 무게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위인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개봉 직후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던 ..
속편이 나온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은근히 마음이 들떠 있었습니다. 사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편에 대해 기대를 크게 하지 않는 편인데도, 모아나는 예외였습니다. 1편이 남긴 감정의 여운이 워낙 강했기 때문입니다. 광활한 바다를 바라보며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서던 소녀의 이야기는 단순한 성장담을 넘어선 어떤 울림이 있었고,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작품으로 제 기억 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극장 좌석에 앉아 영화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순간에도 묘한 설렘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불이 켜졌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좋긴 했는데..."였습니다. 분명 재미있게 봤고, 눈을 사로잡는 장면도 많았으며, 가족 영화로서의 매력도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설명..
솔직히 저는 베테랑2를 보기 전까지, 이 영화가 1편의 연장선이라고 너무 쉽게 단정했습니다. 9년이라는 시간, 같은 감독, 같은 주연. 그 사실만으로도 머릿속에는 이미 익숙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더 강력한 악당이 등장하고, 더 화끈한 액션이 이어지며, 마지막에는 통쾌한 한 방이 터지는 영화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극장에 들어가기 전까지도 저는 그런 기대를 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저는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분명 재미없는 영화는 아니었고, 오히려 상당히 몰입해서 봤는데도 마음 한구석에는 쉽게 설명되지 않는 복합적인 감정이 남아 있었습니다. 기대했던 것과 실제로 본 것이 미묘하게 달랐기 때문입니다. 영화가 던지려는 질문은 분명 이전보다..
속편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반사적으로 "1편만 못하겠지"라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사실 그건 어쩌면 너무 익숙한 편견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특히 인사이드 아웃 1편은 제게 단순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감정이라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눈앞에 펼쳐 보여준 특별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컸습니다. 괜히 좋은 기억만 흐려지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흘러나온 메인 테마의 변주곡을 듣는 순간, 그 의심이 그냥 녹아버렸습니다. 익숙한 선율이 조금 더 성장한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이상하게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보는 기분이랄까요. 화면 속 라일리도 어느새 훌쩍 자라 있었고, 저 역시 그 사이 여러 감정을 겪으며 살아왔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