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을 기다린 속편이 전편의 절반도 못 미친다는 말은 영화 팬들 사이에서 종종 들을 수 있지만, 막상 그 감정을 직접 경험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위키드: 포 굿》을 보고 극장을 나서는 순간 제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도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전편 《위키드》가 남긴 감정의 폭발력은 예상보다 훨씬 컸고, 특히 엔딩을 장식했던 ‘Defying Gravity’의 전율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쉽게 잊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을 기다리는 동안 기대는 자연스럽게 커졌고, 예고편과 스틸컷이 공개될 때마다 다시 한 번 오즈의 세계로 돌아갈 생각에 설렜습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감동보다 아쉬움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영화가 나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완성도 자체는 여전히 높고 ..
한국 애니메이션 한 편이 북미 누적 흥행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넘어섰습니다. 제작 기간만 10년, 북미 흥행 수익 약 830억 원. 처음 이 숫자를 접했을 때 솔직히 쉽게 믿기 어려웠습니다. 그동안 K-콘텐츠의 글로벌 성공 사례는 수없이 봐왔지만, 애니메이션만큼은 늘 다른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드라마와 영화, 음악 분야에서는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왔지만, 애니메이션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야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정말 한국 애니메이션이 북미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을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직접 보고 난 뒤에는 단순히 흥행 수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작품 자체에 대한 호불호는 충분히 갈릴 수 있습니다..
9년 만에 돌아온 나우 유 씨 미 3는 국내 개봉 이후 관객들 사이에서 기대와 실망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작품이 됐습니다. 저 역시 개봉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꽤 설렜습니다. 2013년 1편이 보여줬던 신선한 충격과 2016년 2편이 선사했던 화려한 볼거움을 생각하면, 무려 9년 만에 돌아오는 후속작은 자연스럽게 기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나우 유 씨 미 시리즈는 단순한 범죄 영화가 아니라 마술과 하이스트 무비의 문법을 결합해 관객을 끊임없이 속이고 놀라게 만드는 독특한 매력을 가진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오는 길에는 묘한 허탈감이 남았습니다. 분명 돈을 들여 만든 대작이라는 느낌은 있었고, 시각적으로 화려한 장면도 많았으며, 곳곳에 시리즈 특유의 분위기를 재현하려는 ..
초인 혈청 없이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를 든 인물이 마침내 자신만의 무대를 가졌습니다. 솔직히 개봉 전까지는 "샘 윌슨이 스티브 로저스의 자리를 얼마나 채울 수 있을까"라는 의심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습니다. 아마 저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MCU를 따라온 팬들 상당수가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겁니다. 캡틴 아메리카라는 이름은 단순한 히어로의 코드네임이 아니라, MCU 전체를 관통해 온 상징에 가까웠으니까요. 그래서 극장에 들어가기 전까지도 무의식적으로 샘을 새로운 캡틴이 아니라 '스티브의 후임' 정도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무렵에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 영화는 누군가의 빈자리를 대신 채우는 이야기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캡틴이 자신의 방식으로 탄생하는 이야기였습니..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그저 아이들을 위한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드래곤이 등장하고,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소년이 결국 영웅으로 성장하는 익숙한 이야기일 거라고 예상했죠. 사실 포스터나 예고편만 봤을 때는 화려한 비행 장면과 액션이 중심인 작품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큰 기대 없이 영화를 틀었습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저는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재미있는 영화를 봤다는 만족감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먹먹해졌고, 오래전 제 모습과 마주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작품은 드래곤과 인간의 모험담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였고, 관계 맺기에 서툴렀던 제게는 예상보다..
세계 최강자가 자기 제자에게 진다면, 그것은 과연 비극일까요. 아니면 자신이 이룬 모든 것이 완성되는 순간일까요. 영화 〈승부〉를 보고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그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처음에는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스포츠 영화 정도로 생각하고 들어갔습니다. 치열한 승부와 짜릿한 역전, 그리고 감동적인 성공담을 예상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난 뒤 남은 감정은 전혀 달랐습니다. 이 작품은 승리의 쾌감보다 패배의 무게를, 경쟁의 긴장감보다 인간의 시간을 이야기하는 영화였습니다. 바둑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바둑에 대한 영화라기보다는 한 사람이 자신의 전성기를 지나며 마주하게 되는 운명에 관한 이야기였고, 그래서 더욱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영화 승부: 응창기배와 한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