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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었다 - 영화 <리버티 하이츠>

어릴 때는 이상한 일이 있어도 이상한 줄 모를 때가 많습니다. 학교에서 정해진 자리에 앉고,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하고, 친구들과 놀다가 집에 돌아옵니다. 매일 반복되는 풍경이 너무 익숙해서 그 안에 어떤 규칙이 숨어 있는지 굳이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구는 이곳에 들어갈 수 있고 누구는 안 된다는 것. 누구와 친하게 지내면 안 된다는 것. 어떤 사람은 피부색이나 가족의 배경 때문에 다른 대우를 받는다는 것. 그런 사실을 처음 알아차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1999년 배리 레빈슨 감독이 만든 는 1954년 볼티모어에서 살아가는 유대인 소년 벤 커츠먼의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레빈슨 감독이 자신의 고향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만든 네 번째 작품이기도 합니다. , , 으로 이어진 볼티모어 연작의 마지막 작품인 셈입니..

카테고리 없음 2026. 9. 2. 03:40
내 몸을 누구의 기준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 영화 <진정한 여성에겐 곡선이 있다>

거울 앞에 서서 괜히 배를 한 번 집어본 적이 있습니다. 조금만 덜 나왔으면 좋겠고, 허벅지는 조금만 가늘었으면 좋겠고, 사진을 찍을 때는 옷이 몸에 붙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몸을 이리저리 살펴봅니다. 옷을 고를 때도 비슷합니다.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해도 디자인보다 먼저 거울에 비친 몸부터 확인하게 됩니다. 괜찮아 보이면 입어보고, 조금이라도 배가 도드라져 보이면 다시 옷걸이에 걸어놓습니다. 이런 행동이 너무 익숙해서 이상하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2002년 영화 의 아나를 보면서 그런 순간들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멕시코계 미국인 가정에서 자란 열여덟 살 아나는 공부도 잘하고 대학에 진학할 가능성도 충분한 학생입니다. 하지만 집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기다리고 ..

카테고리 없음 2026. 9. 2. 01:50
영화 <사랑의 레시피> -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에도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람을 잃고 나면 시간이 멈출 것 같지만, 이상하게도 세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계속 움직입니다. 아침이 오고, 출근 시간이 되고, 식사를 해야 하고, 누군가는 평소처럼 일을 합니다. 주변에서는 그 모습을 보고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상실을 겪은 사람의 마음까지 일상과 같은 속도로 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2007년 개봉한 영화 (원제 No Reservations)의 케이트가 그렇습니다. 맨해튼의 레스토랑 주방을 책임지는 셰프 케이트는 누구보다 자신의 일을 잘합니다. 재료의 상태를 살피고 음식의 맛을 정확하게 맞추며, 주방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자신의 기준 안에 두려고 합니다. 그녀에게 요리는 직업이면서 동시에 삶을 통제할 수 있게 해주는 질서처럼 보입니다. 그러던 어느..

카테고리 없음 2026. 9. 2. 00:03
시간이 다 지나고도 마음에 남아 있는 것, 영화 <인터스텔라>

2014년 겨울, 극장에서 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 아직도 기억난다. 영화가 길었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169분이라는 러닝타임도 만만하지 않았고, 웜홀과 블랙홀, 상대성이론과 시간 지연 같은 이야기가 한꺼번에 쏟아져 머릿속에서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거대한 우주선과 낯선 행성의 풍경은 압도적이었고, 한스 짐머의 음악은 극장을 나온 뒤에도 한동안 귓가에 남아 있었다. 그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영화 이야기를 했다. “블랙홀 장면 봤어?” “저게 실제로 가능할까?” 아마 그런 이야기였던 것 같다. 그때 내가 가장 신기해했던 것은 우주였다. 웜홀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는지, 블랙홀에 가까이 가면 정말 시간이 느려지는지, 저 거대한 우주선을 어떻게 촬영했는지가 궁금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면서 이상하게 ..

카테고리 없음 2026. 9. 1. 22:45
<아바타: 불과 재>가 다시 묻게 한 극장의 이유, 영화가 끝났는데도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영화관에 들어갈 때만 해도 별생각이 없었다. 좌석을 찾아 앉고, 팝콘을 내려놓고, 3D 안경을 챙겼다. 요즘은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굳이 극장까지 찾아가는 일이 예전만큼 특별하지도 않다. 집에서도 충분히 좋은 화질로 영화를 볼 수 있고, 보고 싶은 작품을 원하는 시간에 틀어놓을 수도 있다. 그런데 가 시작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화면이 커지면서 판도라의 풍경이 눈앞을 가득 채웠다. 숲의 색감이 깊게 들어오고, 움직이는 생명체가 화면을 가로지를 때마다 시선이 저절로 따라갔다. 소리가 커졌다. 의자까지 미세하게 울렸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런 영화 때문에 아직 극장에 오는구나. 실제로 영화는 개봉 4일 만에 국내 누적 관객 102만 4,258명을 기록하며 100..

카테고리 없음 2026. 8. 31. 23:26
그 편견은 대체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 영화 <주토피아 2>

속편 소식을 들었을 때 반가움보다 걱정이 먼저 들었던 영화가 있다. 《주토피아 2》가 그랬다. 2016년에 봤던 1편을 워낙 좋아했다. 주디와 닉이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도 좋았고, 포식자와 피식자라는 구분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쉽게 다른 존재를 판단하는지를 보여준 방식도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영화가 끝났을 때 이야기가 꽤 깔끔하게 마무리됐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9년이 지나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고 하니 조금 걱정됐다. 잘 만든 영화일수록 속편이 원작의 이름만 빌린 작품처럼 느껴질 때가 있으니까. 그런 마음으로 극장에 들어갔다. 익숙한 음악과 주토피아의 풍경이 화면에 등장하고 닉과 주디가 다시 나타나는 순간, 이상하게 웃음이 났다. 9년 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를 우연히 다시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카테고리 없음 2026. 8. 29. 20:02
열일곱 살 단종이 마지막으로 바라본 풍경,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먹먹한 여운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17’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이미 알고 있던 나이였다. 단종이 열일곱 살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역사책에서 여러 번 봤고, 단종과 세조를 둘러싼 사건도 익숙하게 배웠다. 그런데 스크린으로 다시 마주한 열일곱은 이상하게 낯설었다. 열일곱 살이면 아직 너무 어리다. 친구들과 별것 아닌 일로 웃다가도 금세 서운해지고, 좋아하는 사람의 말 한마디에 하루 종일 마음이 들뜨기도 하는 나이다. 앞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하면서도 아직 시간이 아주 많다고 믿을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그 나이에 한 나라의 왕이었던 소년은 왕좌에서 끌려 내려왔고, 강원도 영월로 유배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이홍위가 청령포로 유배될 당시에는 16세였다. 그곳에서 보낸 시간은 약 4개월..

카테고리 없음 2026. 8. 2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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